비를 피하려고 우산을 만들었다고, 아니 비를 응시하기 위해 우산이 필요한 산족(傘族)도 있었다 고대 언어 우산은 얼굴의 물기만 슬쩍 가린 셈이다 언필칭 비와 눈(目)의 고독한 간격을 위해 우산이 필요했다 물기 머금은 눈동자의 다른 이름인 우산이라는 여린 글자는 비가 숭숭 새기도 하거니와 경사면을 집적거리는 빗물을 어쩌지 못한다 아랫도리가 심하게 젖어버리는 우산은 그야말로 나긋나긋한 물건이다 왜 비에는 응시가 필요했을까 빗방울을 통해 거미줄을 알게 되었다는 우연도 있지만 대체로 비에 젖은 것은 번지니까 비의 화석은 먼 우레의 핏방울처럼 남겨져서 석기시대의 사료(史料)를 대신했다 비의 빗장을 뽑은 후 우산 그늘이 생겼다는 반성처럼 오늘 비를 대신해서 ‘우산’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우산에게 들킨 비, 비에 들킨 우산의 말들은 교감 중이다
얼띤感想文
시는 고단한 삶을 위안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 비를 피하려고 우산을 만들었다. 비는 통제할 수 없는 재난이나 고통을 상징한다. 비를 응시하기 위해 우산이 필요한 산족도 있었다. 그러니까 통제할 수 없는 재난이나 고통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방어막은 있어야 했다. 시인은 그것을 우산이라고 하고 그런 우산이 있어야 하는 무리를 산족이라 비유 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산은 詩를 상징하며 산족은 시가 있어야 하는 무리, 시인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고대 언어 우산은 얼굴의 물기만 슬쩍 가린 셈이다. 여기서 고대는 시대를 표하는 古代가 아니라 갈망의 뜻이 담긴 苦待며 얼굴의 물기만 슬쩍 가렸다는 의미는 아무래도 내면적 기술은 숨기며 표현한 기록 같은 것이겠다. 言必稱, 비와 눈의 고독한 간격을 위해 우산이 필요했다. 눈은 현실을 직시하며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는 방책으로 비에 대한 응시가 필요하고 거기에 엉킨 복잡한 거미줄 같은 세계를 파헤쳐 보려는 시인의 의도가 있다. 이렇게 극복한 세계관은 비의 화석(기록)으로 남게 되며 또 한 시대의 사료(문학적 가치)로 뒷받침하게 된다. 후대에 또 누가 이 시를 읽고 나름의 시대상을 남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시는 결코 현실에 처한 상황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학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