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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바닐라하우스 =김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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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3-04-29 20:45

본문

딸기바닐라하우스

=김은상

 

 

    키스입니다. 새콤달콤함이 넘치는 숲속입니다. 직업과 용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내나 남편, 애인이 있어도 좋습니다. 새콤달콤한 시간을 구매할 수 있는 몇 푼의 이탈만 있다면 찰나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네온을 돌고 돌아 분홍빛 문이 보이시나요. 서성이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이곳의 도덕은 오로지 새콤함과 달콤함뿐이니까요. 법률이 규정한 쓴맛의 세상과는 다르니까요. 법이라는 잘 포장된 상자에 자신을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은밀함을 위해 밤에만 새콤달콤한 문이 열리니까요. 서로가 잘 보이지 않는 세상은 오히려 보이는 것 너머를 그리게 합니다. 그래서 상상력이란 때때로 질 나쁜 화구를 자청합니다. 내가 나에게 근시 혹은 약시를 선물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밤은 참 근사한 전관예우 아닙니까. 이제 함께 덮을 이불을 꺼내도 좋습니다. 마음껏 키득거리며 교성을 질러도 내일을 기약할 만큼의 예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됩니다. 사랑입니다. 사랑의 종국은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종교적일 뿐입니다. 무덤이 살아 있는 자들의 패러독스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늘 정의의 여신은 스스로 눈을 감습니다. 사랑을 향한 윤리의 비겁함이 법이기 때문입니다. 헌신이 시작되면 그 순간부터 호스피스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헌신은 헌신으로만 채워지는 밑 빠진 구름입니다. 그러니 사랑의 결과 이별로 귀결할 수밖에요. 이별은 그리움을 확인하게 하는 가장 근사한 제의입니다. 딸기바닐라하우스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 있는 밀실입니다. 사랑을 금지하면 밤낮없이 환희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숙주입니다. 키스하세요. 자신의 천국을 침노하세요. 남자이며 여자인 자신의 이역과 새콤달콤한 시간을 즐겨보세요. 애무 없는 자의식은 폭력이니까요. 그리고 오해보다 더 달콤한 신앙은 없을 테니까요. 사실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 내린 비의 미신입니다.

 

   월간 시인동네 20208월호

 

   얼띤感想文

    카페에 가면 간혹 이상한 메뉴가 더러 있기도 하다. 가령 딸기 주스면 딸기 주스, 바나나 주스면 바나 주스인데 딸바주스 같은 것이 그 예다. 딸바주스는 딸기와 바나나를 각각 반씩 섞어 만든 주스다. 짜장면과 짬뽕의 메뉴에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뭐해서 아예 반반씩 주문한 경우와 비슷하다. 전에 읽은 시제 반반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그런 딸바주스와는 별개다. 딸기는 시 주체 격으로 새콤달콤한 숲속을 대변하며 분홍빛 문을 상징한다. 이외 딸기에 대한 묘사가 시 전체적으로 잘 이루고 있다. 바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의 일종으로 시 객체를 대변한다. 그러니까 법률이 규정한 쓴맛의 세상에 어쩌면 폭 젖은 구름이다. 딸기바닐라하우스는 기독교의 교회와 불교의 절 같은 의미다. 여기서 잠깐, 만해의 군말을 인용한다면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衆生釋迦의 님이라면 哲學은 칸트의 님이다. 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伊太利. 님은 내가 사랑할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中略,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그 그림자를 찾을 수 있는 곳, 딸기바닐라하우스다.

    갈등葛藤이라는 어휘가 있다. 글자는 칡 갈과 등나무 등으로 이룬다. 칡이 오른쪽으로 감으며 오르는 것에 비해 등나무는 왼쪽을 감으며 오른다. 칡과 등나무가 함께 만나면 마치 꽈배기처럼 꼬며 오르는 모양을 이루기에 갈등이라는 어휘가 나오지 않았을까!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우리의 사회생활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갈등을 피해 영혼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당, 종교인이라면 종교활동으로 대신하겠지만 영혼의 충전은 여기 시에서도 이룰 수 있음을 이 시는 잘 설명한다. ‘사랑의 종국은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이지 않습니다더 나가 다만 종교적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의 시작은 키스처럼 서로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종교적인 귀의에 있다. 현실 속 삶의 바탕을 이룬 갈등을 벗어나 긴 밤의 침묵이라는 터널을 뚫으며 어떤 환희와 같은 기쁨의 반열에 오르는 상황적 묘사를 암묵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늘 정의의 여신은 스스로 눈을 감는다. 정의란 옳고 그름에 있어 그 옳음 진리다. 시의 표상이다. 시의 표상에서 또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방향성을 모색하였다는 것만도 큰 기쁨이겠다. 그러니까 종교적인 것보다 어쩌면 더욱 진실하며 독자노선의 길을 제공한다. 그것은 자신의 천국을 침노하는 격이며 자신의 이역과 새콤달콤한 시간을 즐기는 것과 같다.

    시의 종국에 이르면 애무 없는 자의식과 오해라는 시어가 나온다. 애무가 애무처럼 보이지 않고 오해가 오해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나의 눈이 사시라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애무는 먼지가 안개처럼 뿌옇게 일어난다는 그 애무埃霧로 오해는 오해誤解가 아닌 오해吾解로 읽어도 무관하겠다는 어설픈 생각까지 닿는다. 여름이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이 시의 세계에서도 돌고 도는 자연현상처럼 나는 여기서 내린 비가 있다면 말간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밤의 여신과 긴 키스를 하며 잠시 숲속을 거닐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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