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이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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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6회 작성일 23-05-12 21:56본문
저녁
=이 향
당신에 대해 말해보려 했지만 저녁은 늘 말수를 줄입니다 누구는 두려움이라 하고 누구는 가장 밝을 때라 했습니다 아직 건너본 적 없는 당신은 소리 없는 빗소리거나 나무에 기댄 그림자처럼 가만히 저녁의 머리카락을 만질 뿐입니다 물결은 물결 곁에, 날개는 날개 곁에 머뭅니다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당신을 풀어놓는 저녁, 당신에게서 가장 먼곳부터 흰 붕대를 감아봅니다 다 말할 수 없어 오히려 감싸안는 저녁입니다
鵲巢感想文
저녁은 석夕이다. 밤을 상징한다. 석은 달을 본떠 만든 글자로 갑골문에서는 초승달 모양이다. 고대에는 달月과 석夕이 구별되지 않았다. 역사 시대에 와서 월月과 석夕 그리고 야夜로 구분한다. 저녁은 명재조석命在朝夕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그러므로 두려운 존재다. 저녁은 조문석사朝聞夕死다. 그러므로 가장 밝을 때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직 건너본 적 없는 당신은 소리 없는 빗소리거나 나무에 기댄 그림자처럼 가만히 저녁의 머리카락을 만질 뿐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다. 물결은 물결 곁에, 날개는 날개 곁에 머문다. 화조월석花朝月夕이다.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당신을 풀어놓는 저녁, 시에 대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이지만 나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목木은 공동체를 대변한다. 당신에게서 가장 먼 곳부터 흰 붕대를 감는다. 관형찰색觀形察色이다. 다 말할 수 없어 오히려 감싸 안는 저녁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다多는 저녁이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사상에 오른 고기가 겹쳐 많다는 뜻이다. 다多에서 석夕은 고기 육肉즉 육달 월月이다. 옮길 이移는 농경문화에서 나온 글자로 벼 화禾가 많아 다多에서 분리하여 옮겨 심어야 한다는 뜻에서 나왔다. 여기서 벼는 모판에 엉기성기 붙은 벼 종자 육묘겠다. 찰察은 집 면宀에 제사 제祭와 합친 글자로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 신께 뭐 빠뜨린 건 없는지 두루 살핌이 먼저였다. 그러므로 살필 찰察이다. 제祭라는 글자는 제단(示) 위에 고기를 다독거리는 모습이다. 육달 월月에 또 우又에 볼 시示로 시示는 제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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