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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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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7회 작성일 23-05-29 20:57

본문

안경

=류인서

 

 

안경을 어항이라 말하는 늙은 소년이 있다

그는 여기다 송사리와 갈겨니 버들치 치어들을 키운다

살얼음 낀 들판과

초겨울 거리의 꽃배추도 키운다

 

그의 어항은 새장도 자전거도 아니지만

부엉이나 백일홍, 사막의 달까지 그가

몰래 키우는지 어떤지는 내가 알지 못한다

 

식전의 포만과 식후의 공복 사이에

그가 놓치곤 한다는 그 작은 물고기들은

들을 지나는 개울 따라 강으로 가는가

 

소년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나

저녁이 흘러나오는 서랍에 있나

다른 안경을 가진 낯선 이로 서 있나

 

그를 기다리는 어항은

풍경을 한정하는 말랑한 갈색 수정체,

이음새 없는 고요를 안고 있다

 

문 닫은 날의 인공호수처럼

표지만 남아있는 두꺼운 이야기처럼

비밀스럽기도 하다

 

    월간 현대시201810월호

 

    류인서

    1960년 대구 출생. 2000시와 사람, 2001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신호대기.

 

   鵲巢感想文

    시적 묘사다. 안경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안경眼鏡이 아니라, 생각이 미치는 범위(眼境)를 말한다. 그러니까 아직 고체화되지 않은 시적 유기물인 셈이다. 어항은 어항魚缸이 아니라 어항語缸, 어선이 정박한 어항漁港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어항은 생소하지만, 시인의 세계는 말이 시의 소재라 어항으로 보는 게 좋겠다. 여기에 각종 단어를 모아두듯이(에서 ) 빗대어 송사리와 갈겨니 버들치 치어들을 키운다. 즉 문 닫은 날의 인공호수처럼 말이다. 인공호수는 물을 가두어 인위적으로 만든 호수다. 시가 천연적이며 자연적일 수는 없으니까 인공호수로 비유 놓는 것도 좋은 표현인 거 같다. 인공호수가 개장하는 날, 만인은 이를 보며 잘됐네! 못 됐네! 오우 그래 맞아 기발한 아이디어야 저렇게 비유를 놓을 수 있겠네 하며 보는 맛을 더하는 것이다.

    그러면 늙은 소년과 그는 시적 자아가 되는 셈이며 종이를 제유한 들판과 아직 습작에 가까운 것을 살얼음에 비유한다. 초겨울은 꼬닥꼬닥 완벽한 죽음의 세계에 이르지 못한 계절적 거리를 말하며 꽃배추는 심을 식에서 오는 식물 초안이겠다. 꽃과 배추, 등 배에 옮기거나 추뽑거나 추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추로 어느 것이든 생각하기 나름이겠다. 꽃처럼 핀 그 거리를 보고 있는 자아를 본다.

    새장은 하늘 나는 새를 보고 있자면 구속적이다. 아직 날아갈 단계가 아니라면 완성도가 그리 높지가 않은 것이다. 자전거는 어디든 타고 갈 수 있는 목적적 수단의 기구, 앞바퀴 뒷바퀴의 회전력을 생각하면 시적 구체를 상징적으로 그린 대체물이다. 새장에서 밤눈이 밝은 부엉이(올빼미)가 나오고 백일 동안 붉다고 해서 백일홍과 모래처럼 점차 세밀한 언어적 진화를 누리는 이상향 그달까지의 여정은 시인이 바라는 바다.

    식전의 포만은 아직 인식 전 단계, 생각이나 사고가 풍만한 상황을 묘사하며 식후의 공복은 인식 후 죽음의 세계를 묘사한다. 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일 때 그 생명력은 더욱더 길다는 점에서 안경을 대변하는 말이다. 물고기들은 들을 지나 개울 따라 강으로 가는가, 의문형이다. 물론 이 물고기가 어디로 갔는지 사실 알지만 여기서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시인의 의욕이 돋보인다.

    소년은 어항과 인공호수와의 거리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황, 죽음에 이르기에는 아직 남은 시간적 거리인 저녁과 뱀처럼 흐르는 움직임이 완벽한 삶을 대변한다면 그 이전의 문갑이라고 하는 서랍에 갇힌 것과의 안경, 낯설다. 낯선 이로 서 있는 존재다. 그것은 시인뿐만 아니라 시인을 동경하는 동호인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시적 관념으로 보는 것이지만 다른 어떤 이상향으로 돌려보아도 무관하겠다.

    갈색 수정체, 흑색이 아닌 것에 대한 미온적 색상이라는 점과 수정은 안구의 투명체가 아닌 퇴고나 수정이라 할 때 그 수정체 역시 이음새 없는 고요만 머금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이음새를 잘 이어놓은 것을 열차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무게와 그간 애쓴 노력을 가하면 충분히 비유로 놓을 만하니까, 표지만 남아 있는 두꺼운 이야기처럼 비밀스럽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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