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반/박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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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회 작성일 24-01-29 15:4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125)
몽골반
박위훈
물방울에 갇힌 알몸의 언어들이 천정에 맺혀 웅웅거리는 황토옥천탕,
양수 속 태아의 몸짓처럼 물방울들이 자진하며 물꽃을 피우는 물의 감옥 너머
젊은 아버지가 아이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아이의 등과 엉덩이에 핀 암청색
꽃 몇 송이 보았다 나도 얼마 전까지 불알을 덜렁거리며 아이가 된
아버지의 등을 밀어주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활짝 꽃을 피운다는
대나무처럼 크기가 다른 꽃송이들을 몸에다 자꾸자꾸 게워내던 아버지,
꽃이지만 다른 냄새가 났다
누대의 핏줄이 잇닿아 있음을 꽃으로 말해주는 저 푸른
반점의 계보
(시감상)
몽고점이라고도 하며 몽골 인종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흔적이다. 3~4년 후 대부분 사라지는 몸의 흔적. 시인은 몽골반을 보며 가계의 연속성과 같은 민족이라는 것과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파란 꽃이기도 하지만 늙어 생기는 검버섯과 비교하여 삶의 변화에 따른 암시를 준다. 같은 핏줄에서 생기는 몸의 흔적은 어쩌면 우리가 동질의 사회와 문화와 감정을 공유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의 엉덩이에 핀 꽃과 아버지의 얼굴에 핀 꽃. 어쩌면 우리는 평생 꽃을 피우기 위해 사는지도 모른다. 대나무꽃에 비유한 아버지의 검버섯이 왠지 짠하다. 세월은 출렁거리는 사이 항구에 되돌아왔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2024.01.25 김포신문 기고
(박위훈프로필)
경남신문 신춘문예, 중봉문학상 대상,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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