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론/이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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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4-02-16 13:38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216)
헌옷론
이둘임
고개 떨군 꽃, 조기 폐경한 그녀를 닮았어요 사연도 많지만 한때 그녀의 날개가
되어 발걸음에 리듬 실어주던 기억은 구겨진 꽃이 되었죠 내가 그녀인지 그녀가
나인지 언제부터인가 덤불 속 시들어버린 꽃 되어 시야 밖으로 버려졌어요 세상의
이쪽에서 저쪽 의류 수거함에 던져지는 마지막 장면은 상상하지 않을래요 마른
바람과 햇살에 낡아지는 오후 컴컴한 상자 밖을 꿈꾸는 날들이 쏟아지고 내가
그녀인지 그녀가 나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당신의 환상을 수거하고 싶어요
(시집/ 우리 손 흔들어볼까요 23쪽)2023.05
(시감상)
때론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내가 되는 꿈을 꾼다. 소용이 다했든, 유행이 지났든, 너무 오래 입어 식상해졌든, 이유야 수도 없이 많지만 어느 때 내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던 옷.꽃은 필 때가 가장 아름답지만 질 때는 그렇게 유쾌한 풍경은 아니다. 나는 늘 피어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환상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모든 ‘때’가 지나고 나면 내가 안주할 곳은 아무의 관심도 없는 빈자리. 옷은 사는 순간 헌 옷이 된다. 세상은 부지런히 사고 부지런히 버리다 끝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마음의 옷은 유행이 없다. 헐지도 않는다. 매일 갈아입을 수도 있다. 마음을 치장하는 것에 눈을 떠보자.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갈 일도 없는 마음의 연두색 봄빛. 시인이 말하는 헌옷론의 배경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둘임프로필)
경희사이버대문창과, 시사불교 신춘문예, 신정문학상, 솜다리 문학상, 석정이정직 문학상, 황토현 시문학상, 시집(광화문 아리아) (우리 손 흔들어 볼까요) 외
이둘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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