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지 가는 길 외 1편/ 서봉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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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6회 작성일 24-03-18 21:23본문
물과별 2024 봄호/초대시/ 서봉교
절구지 가는 길
서봉교
여보게
자네! 절구지라고 아는가?
강원도 영월군 (구)서면에 가면
절구지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곳은 법없이도 천년을 살 수 있는
善男善女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강을 감싸고 도는 뼝창 또한 일품이고
너무 좋은 風光이라
신선님도 밤이면 살짝 다녀가시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는
하늘나라 선녀님들도 잠시 목욕하러 오신다는 곳
속세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마음 다치고
세월에게 몸 다친 후
절구지에 쉬러오면 치유가 절로되어
고만 속세로 나가는 길을 잊어버린다는데
여보게 !
살다가 살다가 삶이 아주 버겁다고 느껴질때는
절구지 한 번 다녀가게
자네가 온다면 술은 내가 살테니
자넨 몸만 오게나
그렇지만 그건 알아두게나
절구지가 너무 좋아서
자네도 속세로 나가는 길을 잃어버리지는 말고.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서봉교
농촌에서 오래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강물도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려면
길게는 열흘 짧게는 일주일간
물때를 벗는다는 것을
그때는 아무리 지저분한 강물일지라도
물밑이 명경처럼 아주 맑아지고
민물고기들도 물가로 마실을 가는 예의를 보인다
그렇게 그 시간이 지나고 강물 바닥이 누렇게 변하고 나서야
내년 이맘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한 생을 살 준비를 하고
몸을 정갈하게 갖추고 난 후에야
철이 들었다 혹은 인생을 안다고
그때서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프로필
시인 서봉교는 2006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계모 같은 마누라』(2007), 『침을 허락하다』(2019),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2023)를 냈다. 원주문학상을 수상했다(2009년). 원주문협부지부장과 요선문학발행인으로 일하고 있고, 고향인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위치한 <요선정> 에서 <요선정과 사재강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2024년 현재까지 16년째 <사재강문화제>기념 시화전을 해마다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하고 있다.
-서봉교시집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2023.달아실출판사
시인 서봉교는 2006년 『조 마누라』(2007), 『침을 허락하다』(2019),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2023)를 냈다. 원주문학상을 수상했다(2009년). 원주문협부지부장과 요선문학발행인으로 일하고 있고, 고향인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 위치한 <요선정> 에서 <요선정과 사재강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2023년 현재까지 15년째 <사재강문화제>기념 시화전을 해마다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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