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봄/ 박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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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40329)
가만히, 봄/ 박경순
가만가만 오고 있는 봄
나무며 꽃이며 가만두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 없이
꽃샘의 질투 서린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고개 내밀고 빼꼼 눈뜨는 움츠렸던 망울들
버짐 피듯 번지는 유채색 등불
어떤 대책을 세우거나 손을 쓰지 않고
짐짓 그대로.
너스레를 떨지 않아도
아랫녘에서 올라오던 온화한 문장이 뚝 잘리고
마음을 가다듬어 곰곰이
당신을 채록하는 나와 나를 채비하는 나와, 우리
놓아두면 올 것을
(시감상)
섭리는 우주 질서의 운행 법칙이다. 세상은 내가 어떠하든 관계없이 돌고, 다시 또 도는 법이다. 그 질서, 깨트리지 못할 질서를 안달복달한들 겨울은 겨울이고 봄은 봄이다.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온다. 다만, 준비하는 것과 준비하지 않는 것의 차이일 뿐 세상은 세상만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봄을 맞을 채비를 한다. 잔잔한 눈으로 침착한 자세로, 좀 더 의연한 자세로 나만의 봄을 맞이할 때, 봄은 봄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다. 우린 모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온화한 문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박경순프로필)
경기 안성, 동덕여대 경영학, 경희 사이버대 문창과, 시산맥 시회, 2008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디테일이 살아나는 여자)(지독한 마법)(사랑아 내가 널 쓸쓸하게 했구나) 외 다수
박경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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