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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오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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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5회 작성일 24-06-07 08:31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607)


근법/오서윤



단 하루를 산 것만 같다는 구순 엄마

생애를 압축하는 이 도인 같은 화법엔

스스로 터득한 축지법이 숨어 있다


엄마와 나 사이 가깝고도 먼 거리는

배운 적 없는 원근법,

그래서 엄마는 그날이 그날 같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걸까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날을 담보한 까닭에

나를 향한 엄마의 편애는 지독한 편이다

그래서 수많은 등장인물 중

나는 가장 생생한 얼굴이다


엄마의 축지법은 나라는 주름을

수없이 줄이고 늘리느라 잰걸음이 몸에 뱄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이고

견적이 나오지 않는 날을 펼쳤다 덮었다 하는

나는 엄마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서로 다른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듯 데면데면하지만

다가갈수록 눈앞이 흐려지는 엄마의 하루는

언제나 눈부신 절정이다


2024.06.07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지근거리라는 말이 있다. 적당한 거리를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지근거리를 유지해야 적절한 관계가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 지근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좁아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결국 그 거리는 종잇장이다. 구순이 된 어머니의 희미한 기억 속에 내 얼굴이 또렷하게 존재하는 것은 편애가 아닌 축복이다. 아무리 늙어도 어머니는 내 어머니다. 어쩌면 어머니를 향한 내 편애가 지독한 것은 아닌지? 이젠 그럴 나이가 되었다. 눈앞이 흐려지는 어머니 앞에서 나의 지독한 편애가 어머니의 하루를 눈부시게 절정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오서윤프로필)

천강문학상 시 부문 수상, 평화신문 신춘문예, 경남신문 신춘문예,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북 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시 부문 수혜, 2021 목포문학상 수상. 시집《체면》, 계간 선수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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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서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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