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해부학 =문혜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통증의 해부학
=문혜진
누가 보냈을까? 내가 숨어들었던 물개 가죽, 그 도려낸 살덩이의 객실에서 혼자 우두커니, 내 거웃을 들여다보던 나의 한때,
모란앵무가 죽던 날, 눈썹을 밀었지, 아기가 나오던 새벽, 침대에 누워 거웃을 밀고 자, 나는 제왕이 된다 제왕의 절개로 나를 찢고, 너는 태어난다! 칼, 칼끝, 출렁이는 창자의 리듬, 의사의 무심한 농담 사이, 허공에 가랑이를 벌리고, 찢어지게 내 거웃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나의 한때,
태아 자세로 무통주사에서 깨어났을 때, 통통 부은 내 발은 칠 벗겨진 새장의 객실, 오한에 턱이 딱딱 부딪치던 회복실, 아기 울음 속에서 새장들이 자라나, 천장을 뚫고 새털구름 위로 뻗어 갔지 암흑물질 사이, 성단과 먼지 구름 속으로 자라는 내 통증의 첨탑
나는 천체를 달리는 새장의 발로 별들의 하얀 시트에 흙을 뿌렸다! 지독한 밤의 샅에 얼굴을 들이밀고, 뒤집힌 채 굳어 가는 모란앵무의 발가락에 내 발가락을 포갠 그날 밤, 나는 다시 찢기기 시작했지 큰부리새 은하를 가로질러 내 심장의 도주로에 대해, 대뇌에 번식하는 새장의 환영, 두 다리는 점점 멀어져 찢기고, 턱을 괴던 팔이 어깨를 찢고 나가 대지에 못박힌다
누가 보냈을까? 밤새 거대한 밤 구름이 몰려와 내 찢긴 몸 사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만, 누가 보냈을까?
민음의 시 230 문혜진 시집 혜성의 냄새 32-33p
얼띤感想文
시인 문혜진은 시 ‘홍어’가 유명하다. 한 번 읽으면 잊히지 아니할 정도로 뇌리에 못처럼 박혀 잘 떠나질 않는다. 시인 이름만 불러도 떠오른 시가 있다. 모 시인의 말이다. 시인은 평생 한 편의 시, 이름을 대신할 수 있는 시 한 편이면 족하다고 했다. 그 한 편을 위해 수 없는 습작의 씨앗을 뿌리고 시집을 생산한다.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시의 분만에 있다. 분만에 대한 여성 특유의 경험이 통증의 해부학을 낳은 셈이다. 시는 총 5연으로 나뉘는 데 1연과 2연을 합하여 기라 하면 3연은 승이다. 4연은 전 5연은 결이 될 것이다. 1연과 2연에서 물개 가죽은 시 객체며 거웃은 시 주체며 검정을 상징한다. 도려낸 살덩이의 객실은 뜯는 문장의 묘사다. 모란앵무牡丹鸚鵡, 앵무과의 새지만, 모란은 모란謨亂처럼 들린다. 난을 꾀하는 시 객체의 제유다. 눈썹도 검정을 상징한다. 제왕, 제왕은 諸王으로 쓴다. 시는 씨앗처럼 물론 시로 탄생하겠지만, 그 유형은 어떤 변형을 낳을지 모르므로 여러 임금으로 말이다.
시 3연, 시의 탄생을 본다. 칠 벗겨진 새장의 객실, 바닥에서 허공으로 오르는 묘사다. 새장이 시 객체의 지면을 상징했다면 천장은 시 주체의 지면을 상징한다. 천장에서 뚫고 오른 것이 새장에 안착하는 과정, 자의 탄생 태아다. 그것은 성단과 먼지구름 속으로 자라는 내 통증의 첨탑이라 묘사한다. 성단이라 하면 군데군데 몰려 있는 별의 집단 그러니까 이는 어떤 형체를 가졌지만 먼지구름은 그러한 형태는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별이 될 수 있는 앞 단계다.
시 4연, 하얀 시트, 물론 지면을 제유한다. 흙을 뿌렸다. 사실 피를 뿌렸을 일이지만, 별의 구성에서 보면 먼지에서 흙으로 흙에서 하나의 구체로 이행되는 건 분명하다. 지독한 밤의 샅, 시 객체를 묘사한다. 큰 부리세, 부리不理는 어떤 이치에 맞지 않는 또 하나의 이치, 시 객체가 갖는 골목 그 어디쯤이겠다.
누가 보냈을까? 밤새 거대한 밤 구름이 몰려와 내 찢긴 몸 사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만, 누가 보냈을까? 되뇐다. 개벽을 넘어 새벽에 닿는 아침, 새로운 세상을 맞을 거 같아도 탄생과 더불어 돌덩이처럼 언제 다시 깨어날지 모르는 암담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시의 세계는 말이다. 누가 보냈을까? 엄마의 아들임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