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마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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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마윤지
만나는 어른마다 우리에게 땅콩을 한가득 쥐어 주었다
첫 번 것은 먹지 않고
지붕 위로 던지는 거야
이로 깨물어 부순 부럼 속
털 없는 새빨간 쥐
달이 뜨자 사람들이
불을 붙여 놓고 소원을 빌었다
쥐불이 뱅글뱅글 돌았다
골고루 잘 태우면 그해에 전염병이 없다고
추위에 흙 속으로 파고든 쥐 떼
그게 다 거름이 된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데까지
나무에 기대어
사람 구경하는 귀신들
얇은 가죽신 때문에 발이 시려워
친구들이 발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
나는 발이 가렵다고
가려워 죽겠다고
달아달아 밝은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밭에서 애들이랑 꽹과리 연주를 했다
고깔과 상모를 힘차게 젓는 동안
커다란 불이 인간의 귀를 떼어 간 것을 알았다
*영남 사물놀이 가락 중 ‘별달거리’, 풍년에 감사한 마음을 노래하듯 부른다.
민음의 시 320 마윤지 시집 개구리극장 20-21p
얼띤感想文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쥐불놀이다. 쥐불놀이도 전통놀이로 제천행사로 볼 수 있을까 하늘에다 기원하는 일 올해는 부스럼이 없고 한 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말이다. 시제 포천은 시의 문맥상 포천抱天 즉 하늘을 안는 것 혹은 포천逋遷으로 어디론가 날아간 시의 행방처럼 볼 수도 있겠다. 시의 내용을 잠시 살핀다면,
만나는 어른마다 우리에게 땅콩을 한가득 쥐여 주었다. 여기서 땅콩은 지면을 상징한다. 좀 더 풀어보면 땅이 지면이고 콩은 꽁보다 좀 더 거센 느낌의 무언가 부딪는 소리다. 이외, 꿍이라든가 끙이라든가 쿵 같은 것도 있지 싶은데 굳이 땅콩을 쓴 이유는 일종의 제천행사에 쓴 제물을 시의 소재로 끌어다 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린 셈이다.
첫 번 것은 먹지 않고 지붕 위로 던지는 거야. 먹지 않았다는 말 읽지 못했다는 말과 같고 지붕은 시 객체의 머리다. 그러고 보면 지붕은 지붕紙朋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가지 않겠다. 이로 깨물어 부순 부럼 속 털 없는 새빨간 쥐. 이의 속성상 부럼보다는 강한 것으로 보면 아래 지면을 상징하며 부럼은 딱딱한 열매로 시 객체의 골목쯤으로 본다. 털은 검정을 상징하며 새빨간, 색의 변화로 백에서 흑으로 가든 흑에서 백으로 가든 그 중간 단계를 은유한다. 지보다 쥐가 좀 더 강한 느낌이자 뭔가 움직였다는 어떤 동물적 근성에 대한 대표적 시어다.
달이 뜨자 사람들이 불을 붙여 놓고 소원을 빌었다. 달은 완벽한 세계다. 불은 새빨간 보다는 확실한 어감으로 닿기도 하지만, 현실적이며 열정적인 요소까지 포함한다. 쥐불이 뱅글뱅글 돌았다. 골고루 잘 태우면 그해에 전염병이 없다고, 쥐불이 뱅글뱅글 돈 것은 지면이 그만큼 활성화한 것처럼 무언가 인식의 단계며 골고루 잘 태우면 그 해에 전염병이 없다는 말은 죽음을 예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이란 곧 시의 탄생을 말한다. 피안으로 넘어간 것이니까.
추위에 흙 속으로 파고든 쥐 떼 그게 다 거름이 된다고 했다. 이러한 감상문도 쥐 떼처럼 몰려든 광경이나 다름이 없다. 검은 쥐들 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잇고 잇다 보면 쥐의 세계에서 지면으로 핀 달래가 되었든 벚꽃이 되었든 혹여 사장된 남편이 되었든 간에 둘 중 하나가 되겠다. 보이지 않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데까지 그러니까 눈에 띌 수 없는 어떤 경지까지다.
나무에 기대어 사람 구경하는 귀신들, 나무는 시 객체다. 사람은 자로 아직 남쪽으로 천도하지 못한 자의 상징이다. 귀신 귀가 달린 어떤 믿음의 세계 즉 피안을 상징한다. 얇은 가죽신 때문에 발이 시려 친구들이 발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 가죽신을 굳이 한자로 변용하자면 혁신이겠다. 물론 가죽은 피로 얇기까지 하는 거 보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믿음의 체계다. 시리다는 말, 아직 굳지 않은 전 단계의 묘사다. 그러므로 친구들이 발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나는 발이 가렵다고 가려워 죽겠다고 한다. 귀가 가렵다고 할 때 남이 제 말을 한다고 느낀다. 누가 자꾸 비비는 것이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마치 제천행사에 신을 부르듯 노래까지 부르고 밭에서 애들이랑 꽹과리 연주한다. 밭은 시 주체와 시 객체가 함께 어우르는 장이며 꽹과리는 신을 부르는 악기다. 어느 선생의 말이다. 꽹과리는 우리의 전통악기로 땅 따다 땅 땅땅 이 땅도 내 땅 저 땅도 내 땅이라 한다.
고깔은 농악대에 자주 쓰는 원뿔형의 모자로 어머니와 아들처럼 시와 그 객체를 상모는 서로 모의하는 것처럼 힘차게 젓는 동안 커다란 불이 인간의 귀를 떼어 간 것을 알았다. 아까 불에 관해 설명했다. 열정적인 시의 이행, 천도 부리에 부리를 맞선 어떤 혁명적인 것 그 세계로의 이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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