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가자 =박상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놀이공원 가자
=박상식
나는 회전목마 위 구름을 쳐다보는 자, 장미 정원에서 비눗방울을 불거나 플라스틱 나비가 날아다니는 광장을 지날 때도, 그런 것이 있다면 과연 곁에 있었다면, 은빛 구조물 사이 리프트 2호가 지나가고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시간이 지나 말라붙은 흔적 같은 것, 판타스틱 월드의 하늘에 남아 있었어 제트 열차는 붐붐 길고 긴 트랙을 돌아 사라지고 어느 새 내 곁엔 부서진 꽃잎 같은 것이 플라스틱 잔해 같은 것이, 나는 땅 위에 내려 귀를 기울였어 지금 내 곁엔 누군가가, 오래전에 스쳐갔던 풍선과 솜사탕과 초록색 벤치가 조금씩 낡은 채로, 발자국 소리와 함께, 10월의 햇빛을 받으며 사람들로 가득한 놀이공원에 서서 나는 움직이지 않았어 모든 것은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지만 어느 것도 떠나지 못한다는 걸 행진곡이 울려퍼지고 인간 수업을 받은 침팬지들이 박수를 치며 지나가는 동안 나는 그렇게 놀이공원에서 떠날 줄을 몰랐어.
문학동네 포에지 010 박상수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29p
얼띤感想文
여기서 놀이공원 그 자체가 시 객체가 된다. 시적 주체는 ‘나’로 꼼짝도 하지 않고 사실, 죽은 사람처럼 죽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바라보며 글을 써야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시 문장과 비유를 하나씩 보면, 나는 회전목마 위 구름을 쳐다보는 자다. 구름은 움직일 수 있는 어떤 기운이라면 회전목마는 굳은 물체다. 플라스틱 나비, 나비는 곤충 동물적 심성을 그릴 수 있지만, 플라스틱은 굳은 물체다. 나비 또한 나非로 시 객체로 자주 쓰는 시어다. 광장은 시 주체와 객체가 함께 어우르는 장이며 판타스틱 월드는 시 객체가 갖는 무한한 상상을 은유한다. 열차는 붐붐 길고 긴 트랙을 돌고 사라진다. 이는 문장을 비유했다. 풍선과 솜사탕과 초록색 벤치는 시 객체가 갖는 이미지 변환을 이와 같은 사물로 대체시켜 놓은 것이겠다. 풍선처럼 부풀거나 솜사탕처럼 달콤하거나 초록색 벤치처럼 잠시 앉아 기거한 삶을 맡긴 것이다. 궤도는 시에 주어진 향방이며 그 향방에 따라 시 객체는 움직이게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 객체가 어떤 열차를 만들며 그 열차 칸에다가 무엇을 얹어 놓고 갈 건지는 관여할 수도 없거니와 관여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시는 얼마나 더 오래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일 뿐이다. 인간 수업은 시의 상징적 표현이며 침팬지는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동물적 근성을 지닌 자에 해당한다. 박수 친다는 말 뭔가 깨쳤거나 지면에다가 무엇은 쓴다거나 하는 행위적 표현이다. 놀이공원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도 없고, 떠날 줄도 모르는 시, 시 주체를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