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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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576회 작성일 15-10-22 00:51본문
날개 /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 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 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아야 하는데
이 선물이 그의 가슴에
돌이 되어 박히면 난 어쩌죠?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있어, 감동을 받는 것만큼 좋은 감상법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지만..
상대를 위한 선물에 날개를 다는, 순일純一한 그리움의 감동이 가슴에 젖어듭니다
다소, 전투적 시어를 즐겨 썼던 훼미니즘의 전사戰士 같은 시인에게
이렇듯 애틋한 그리움도 있었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저두 선물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정성껏 화병이랑 철늦은 매화꽃을 구하느라 혼이났어요..(웃음)
정갈한 시어로..깊은 그리움을 담아낸다는 건,
시인님들만의 특별한 은총이라는요..
평안한 시간 꼭 되시구요..다녀가심 감사드려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분인지 몰라도,
쪽빛 시인님의 날개 달린 선물을 받는 사람은
무지 행복한 분이라는... (웃음)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제 생각에두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눈 인두질 몇 번 오르내린 선물인데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