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 심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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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4-10-11 10:00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1011)
라르고/ 심상숙
늦은 봄을 지르밟은 무릎이 여지없이 욱신거린다
모두 손 놓고 강사의 발동작만 들여다보는데
나는 신사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지 못한다
안압이 높아 앞을 못 보는지 몇 해라고
(세상 더 볼 게 뭐 있나요?안 보면 속 편하죠)
곡만 듣고 이끄는 그는
안 보고도 능숙해서,
휘돌리다 넘어질까 조바심인 나는 숙녀가 된다
손잡아주며 굿,굿하는 강사는 모른다
내 다리는 춤출 때만 멀쩡하다
끌려간 승용차가
한강 둔치에서 기다릴 것도 잊는다
장안평 퇴근길 왈츠 홀
연구대상이라던 직장동료의 직언
호시절 축제 포크댄스 신나래 교수도,
밀레니엄 서초동 왈츠 강바람 교수도
뒷골목에 신명을 바쳤다
새 커리큐럼 댄스스포츠를 위해 발바닥을 찾느라
그해 교정의 꽃들도 시들 줄 모르고 오래 피었다
대법원블럭 지하홀 사면의 벽 거울 속으로
흰 날개죽지 언뜻언뜻 돋아나면
두 다리는 동이 나고
나는 또 두문불출,
바람벽을 걸어둔 내 영혼이 저 혼자 샷세를 밟는다
오늘 손잡은 이 반맹 신사와
몇 번이나 더 스텝을 밟을지 내 다리만 안다
241011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라르고 템포에 맞춰 춤을 추는 꿈을 꾼다. 닳고 닳은 연골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등에 날개가 돋은 듯하다. 어쩌면 내 다리는 꿈속에서 마라톤을 뛰는 장거리 주자의 보폭을 닮아가는지도 모른다. 결승선이 저기 보이는데 그만 넘어져 버린 그 지점에서 인생은 다시 시작한다.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위해 스텝을 밟을 줄 아는 제2의 인생. 인생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늘 개화하는 꽃처럼 핀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심상숙 프로필)
추계예대 문창과, 광남일보 신춘문예 외 다수 수상, 시집(겨울밤 미스테리 외 다수), 김포 미래신문 시 해설위원
심상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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