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순수성 / 핑크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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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02회 작성일 15-10-23 17:27본문
창녀와 순수성 / 핑크샤워
예전에,
수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텍사스촌”이라 불렀다
저녁 어스름 녘,
그곳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진한 화장아래 민낯을 숨긴
20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들이
“쉬었다 가세요.”를 반복하는데,
어떤 이는 바쁘다며 손길 뿌리치고
또 어떤 이는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그 때,
마치 산적 같이 생긴 한 사내가
그녀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가, 얼마냐?”라고 묻자,
그녀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고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마치 소녀처럼 따라 들어가고 있다.
저 겨울여자들은
추위가 결빙을 못질해도
끊임없이 견고한 뼈를 곧추 세우며
남자들을 향한
불퇴의 활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란
나의 생각이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각각 사연으로 그 곳에 서서
몸을 파는 그녀들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나는 그 순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속에
“소냐”가 떠올랐다.
난,
그녀들의 맘속에서 순수를 본 것이다.
<감상 & 생각>
요즘은 순수를 가장한 거짓들도 얼마나 많던가
그런 거짓됨에 비하면,
그녀들은 오히려 순수한 건 아닐지
- 비록, 생계를 위해 몸을 팔지만..
그녀들도 <내 것을 지켜야 할, 지순至純한 명제命題> 앞에
한시도 괴롭지 않은 적은 없었을 것을..
“아가”라는 단어에 말을 잃고,
수줍음에 고개를 숙인 그녀들
그녀들 가슴 속에 아련히 숨어있는,
청초淸楚했던 꿈들..
그 모습에 문득, 맺히는 시인의 따뜻한 눈물
아, 과연 진정한 純粹란 무엇일까
저 슬픈 겨울여자들이 모두 고운 소녀가 되어
따뜻한 고향의 봄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꼭, 그리 되어야 하리라
틀을 벗어난 데서 다시 벗어나는 깊은 아픔으로
읽히는 시
대상對象에
시인 자신의 정제된 意識을 퍼 올리고 있음이
매우 인상적인 시 한 편이란 느낌 하나 떨구며..
- 희선,
Going Home - Si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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