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따먹다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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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회 작성일 24-11-29 20:21본문
꽃을 따먹다
=최금진
꽃잎을 마구 따먹은 적이 있었다
외롭고 배고플 때 얘기다
거대한 공룡들이
꽃 때문에 멸망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아프다
마지막까지 꽃을 꺾어야 했던 것들은
탐욕의 죄를 견뎌야 했을 것이다
깨진 돌틈을 뚫고 나온 진달래꽃
그 예쁜 걸 붙잡고 종일 물고 빨고 씹고 있으면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설사를 할 때마다
내 똥이 향기롭다,고 믿었다
이것은 내 살이니 먹을 수 있는 자는 한번 먹어보아라
저지를 수 있는 자는 저질러보아라,
진달래 꽃무더기 속에서
나는 그만 꽃의 음성을 알아듣고 만 것이었다
나는 산을 넘어도 한참을 넘고 말았다
먹음직스럽게 다닥다닥 죄가 여문 꽃무더기를 만났고
배가 고팠고, 굶주렸고
꽃을 따먹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처음으로, 향기로워졌다
창비시선 280 최금진 시집 새들의 역사 98-99p
얼띤 드립 한 잔
문제는 꽃과 꽃잎이다. 내가 꽃처럼 혹은 꽃잎처럼 향기로워지기 위해서는 꽃과 꽃잎을 따먹을 줄 알아야 한다. 마치 밥을 먹듯이 꽃을 먹고 차를 마시듯이 꽃잎을 매일같이 따먹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악취가 아니라 향기다. 향기를 뜻하는 향香은 원래 갑골문에서는 벼 화禾에 입 구口로 되어 있었다. 훗날 가로 왈曰로 바뀐 것이다. 밥을 입에 머금고 있는 모습, 고대인은 이 밥 냄새만큼 향기로운 것은 없었다. 십 리 밖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밥 냄새가 일었다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만큼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 시장의 꽃은 주식이다. 지금 우리의 주식시장은 심상치가 않다. 오죽하면 한은 총재께서 금리를 인하했을까. IMF가 내놓은 내년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하방 조정되었다는 것도 큰 동기였다. IMF가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2.0이다. 2.0이라는 숫자는 사실 경기침체를 두둔斗頓하는 것과 같다. 한해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마이너스다. 지금 자영업자의 생태가 심상치 않은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듯 매일 곡소리 읽는다. 각종 매스컴은 국가 경제가 심상치 않음을 얘기하고 있고 심지어 일론인지 뭔론인지 하는 가는 대한민국 소멸론까지 버젓이 제시했다. 여기에 반기를 든다고 든 것이 전보다 고작 0.02% 상승한 출산율이다. 도긴개긴이다. 국가가 향기로워지기 위해서는 민생이 살아야 하고 민생을 살피는 진정한 꽃은 정치에 있다. 정치가 바르지 못한 곳에서 언제나 삶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실물경제가 심상치 않은데 자본 시장이 건전할 일도 만무하지만 양대 구조가 물리고 물려 자꾸 쪼그라드는 시장을 보는 민중의 마음은 애만 끓는다. 이자율 인하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끊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그렇다고 방관할 처세도 아니었기에 땜질은 있어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도 오늘 우리의 주식시장은 관례와 달리 또 무너졌다. 인빈지단人貧智短에 복지심령福至心靈이라고 했다. 점점 조브장한 ‘ㅁ’자 시멘트 마당*에 피어날 새싹 같은 희망은 있는가! 아, 어찌 이리되었단 말인가! 밥 냄새 폴폴 이는 자본 시장의 꽃은 언제 필 것인가! 참으로 아득하다.
*조브장한 ‘ㅁ’자 시멘트 마당, 문학과지성 시인선 525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시편 ‘하숙집’ 13p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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