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산 / 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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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산 / 이건청
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 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지리산에 있음)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재로 떠메고 조금씩
떠가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의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울음소리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것이다.
* 진귀함, 오묘함, 신기함, 기쁨과 분노, 사랑과 미음 등 온갖
심상을 품고 있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일까?
벌레의 울음소리로 촉발된 장례 행렬은 반야봉을 통째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일렁일렁 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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