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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다 / 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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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04회 작성일 15-11-03 16:04

본문

바람 불다 / 이탄

지표 위의 시간이 인다
도미의 피리소리와
사원입구의 목탁소리
그리고 저 산언덕의 포성
내가 오늘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꽃잎 같이 지표 위에 쌓여 있다
지난 밤, 어머니의 신음 소리도 어느 나무등걸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신라 마지막 임금의 애화도 깊은 갈잎 속에 묻혀 있을 테지'
어느해 가을 코스모스 핀 묘지에서
나는 이상한 꽃을 보았다
소녀, 소년, 노인과 아주머니의 얼굴을 한 꽃송이들
생명의 빛깔들,

세계의 공기가 엷은 목에서 흘러내리고 가냘픈 손을 흔들면
손 사이로 흐르는 애정의 감도와
세월의 매듭,
지구의 모퉁이에서 접히는
생명의 나래
십여년전 낯선 고장의
피난 살이와 풍물은
지나간 것일까

절망의 天障보다 낮아
목을 주리면
1950년 이후의 거리와
실내에서
항시 난무하듯 헝클린
머리 칼
당시 이백간통의 아이들과 그녀석들의 철 없는 시간을
비듬처럼 떨어져
지표를 덮었다,

휘트먼의 달구지는 지나갔는지 모른다,
에머슨의 '죽은 인간과 헤밍웨이의 '노인' 의 죽음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나의 폐가 흐르는
지표가 있다, 여기서 부터는
생명의 바람이여
나의 목숨을 돌아가는 바람에
나는 인정을 안다
바람부는 지표 위의 시간은
지나갈 수 없는
피의 샘,
여기서 탄피의 목적을 설명하라,
여기서 르노와르의 여인을 사랑하라,
여기서 나의 학문은 무엇인가 물어보라,

지표 위의 시간이 인다,
피의 샘,
훈훈한 아지랭이 같은
저 뿌리 밑의 시간이 인다,

* 이탄(1940-2010) :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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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표 위의 시간이 인다,
피의 샘,
훈훈한 아지랭이 같은
저 뿌리 밑의 시간이 인다,"

시인이 세상을 뜬지도 벌써
5년이 흘러갔군요

- 그래도, 요즘 세상에 70이면
한 청춘인데 (아쉬움)

시를 읽으니,
출렁이는 지표 위의 시간 속으로
시인이 헤엄쳐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이윽고 꿈이 없는 지표에서
꿈의 송신과 수신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시인은 시를 씁니다

시간은 춤춘다
내가 되고 네가 되는 시간..
그렇게 우리는 곧잘 시간 속에서 하나가 되기에
그러므로 죽음이 매듭짓는
잠시만의 인생에
생명을 잉태한 꿈은 없었다고 결코 말하지 못하네


간만에 좋은 시를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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