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어느 방향입니까, 당신은/ 도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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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705」
절반의 어느 방향입니까, 당신은/ 도복희
저녁의 대화는 주로 과거로 돌아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딸려 오는 물고기 떼처럼
주변의 얼굴에서 얼굴로 건너뛴다
대부분 지상을 떠난 이름이지만
입 밖으로 토해내는 순간
생전의 모습으로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
영혼을 불러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따스한 온기를 방류한다
너와의 대화는
죽은 이들을 불러내
넓디넓은 거주지를 채워가는 놀이다
벽면에 걸린
가족사진 속 인물들을 한 명 두 명 세어 본다
떠난 자와 남은 자가 각각 절반이다
(시감상)
이름을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생전의 모습으로 살아난다는 본문이 인상적이다. 때론 그리움을 참으려 부러 이름조차 잃은 듯 사는 것이 인생이다. 말하면 더 슬퍼지고 기억이 새록새록이다. 하지만 굳이 참을 필요는 없다. 결국 나 역시 남은 사람에게 이름이 불릴 것이니 순서의 문제일 뿐. 그리우면 영혼은 불러내는 주술을 외자. 이름을 부르거나 회상하거나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척박한 삶의 거주지를 떠난 분들의 온기로 채우는 것이다. 모든 확률은 5 대 5다. 되거나 안되거나. 절반은 당신의 몫이고 절반은 내 몫이다. 가끔은 부분집합으로 나를 위로해 보는 것도 절반의 위안이 된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도복희 프로필)
충남 부여, 문학사상 등단, 천강문학상 외 수상, 현) 동양일보 취재 부국장, 시집 『몽골에 갈 거란 계획』 『꿈꾸는 세상에는 조팝꽃이 피었다』
도복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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