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저녁/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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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713』
감사한 저녁/정재원
갈 때마다 주니까 그냥 받아오던
꽃 팬티를 시장에서 고른다
차곡차곡 쌓아놓고 면이라 입기 좋았다
불을 끄고 켜기 위해
스위치 누르던 사람이 많았다
배고프지 않아?
집으로 가는 저녁 여인처럼 말할 때
마침 가로등이 켜졌다
더는 똑같은 걸음으로는 걸을 수가 없어 주저앉을 때
건물 너머 느슨해지는 계절을 줍고
사라진 심장에 돌을 올려 두었다
터벅거리는 발, 바람의 모서리가 깨졌다
볼 수 없는 물방울을 이고 눈 주변에서 돌던 사람
꽃댕강나무 아시죠?
순기가 홍대 책거리 이상한 나라 앨리스 앞에서 물었을 때
댕강 바람의 꼭뒤를 붙잡고 흐르다 땅에 뚝 떨어졌다
남은 것이 있을 것 같아 뒤져 보는 습관이 생겨났다
조금만 더 멀면 좋겠어
혼잣말 같은 가로등 밑에 문득 선다
깜깜해졌다
몸 안에 다음 발을 내민다
(시감상)
작은 종 모양의 꽃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향기, 꽃댕강나무다. 가로등을 보고 꽃을 연상하고, 혼잣말까지 확장하는 시인의 사유가 자연스럽다. 느슨해지는 계절과 사라진 심장에서 7월에 피어 9월에 지는 꽃의 형상이 떠오른다. 하얗고 작은 꽃무리가 보인다. 감사한 저녁이라는 시제에서 시인의 감사는 일상이라는 울림 같아 공감이 크다. 꽃 하나에서 감사를 느끼는 사람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7월의 어떤 날 시인과 공감하기 위해 미니 꽃댕강나무 화분을 하나 들여야 겠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칼럼리스트)
(정재원 프로필)
2019 문예바다 등단, 시집 『저녁의 책과 집을 잃은 노래』

정재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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