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綠)의 미학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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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綠)의 미학 / 김상미 (1957~)
녹은 쓸쓸함의 색깔
염분 섞인 바람처럼 모든 것을 갉아먹는다
세상을 또박또박 걷던 내 발자국 소리가
어느 날 삐거덕 기우뚱해진 것도 녹 때문이다
내 몸과 마음에 슨 쓸쓸함이
자꾸만 커지는 그 쓸쓸함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건물에 스며드는 비처럼
아무리 굳센 내면으로도 감출 수 없는 나이처럼
녹은 쓸쓸함의 색깔
흐르는 시간의 사랑 제때 받지 못해
창백하게 굳어버린 공기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2022)
[얼기설기]
녹슨 곳곳에서 소리가 날 때 시간이 굳어 석회화 되어버린 사랑이 내는 소리다.
오늘 아침 뼈의 어긋남도 나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이 만나지 못한 작은 파동에 불과하다. 침대는 일어나 앉기를 원하지만 기다림은 공간을 가로 질러 내게로 와버린 까닭이다. 시에서 녹은 그저 굳은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것 같다. 그저 흐르는 시간을 말없이 보내고 보내야하는 흔 머리칼처럼 자꾸만 자라나는 가시처럼 머리에 돋는다. 언젠가 민머리인 순간이 곧 올 것 같다. 염불을 오래 외다보면........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오래간만에 들러 좋은 시와 감평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건강하시지요, 요즘 생업이 받쳐주지 않으니 여유도 없어집니다. 늘 녹 낍니다. 건사한 흰 뿌리 하나 만들지 못한 대가인 거 같기도 하고요, 지금 끈적한 쓸쓸함을 달래주는 건 다만 오줌발 같은 시원한 맥주 한 잔이네요. 잠시 안부놓고 가네요, 건강하시구요.
김재숙님의 댓글
숭오님 글 찾아 가끔 들렀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많이 더워서 좀 힘들긴 함니다 만 그래도 맥주 한캔에 하루를 놓고 편안함 보내시겠지요. 시를 쓰고 싶어서 온몸이 건질건질 한데 한 줄도 쓸수가 없어요. 이런 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만 들락날락 바람에 떠밀려 다닙니다. 숭오님은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창방에서 숭오님을 뵙기 기대합니다
숭오시인님 반가웠고 고맙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