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전등 /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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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전등 / 허수경
바다 마을
집 한 채
다리를 오므리고 실파를 다듬는 계집아이
튼 손등에 오그리고 앉은 실파 냄새
아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먼 검바다 뜬 배
닻에 붉은 오징어 다리가 감겼다
힘찬 오징어 다리
파뿌리처럼 오그리고 있다
(시감상)
추억은 그리움일 수도 있겠으나 차라리 잊고 싶었던, 겪지 말았어야 하는 기억도 있다.
실파 냄새처럼...................
부르트고 갈라진 손등에 아린 실파 냄새가 스민다. 그럴 때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일찌감치 슬픔은 그런 것이라고 내 몸에 허락도 없이 스미었다.
힘찬 오징어 다리처럼 나를 구원해 줄 바램이여,
아직도 저 수중의 물골에 갇혀 있다.
어쩌면 본래부터 부력을 상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원히 떠오를 수 없는............
(시인프로필)
허수경(許秀卿, 1964년 ~ 2018년 10월 3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로 가 현재 뮌스터대학 고대 동방문헌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8년 10월 3일 위암으로 인하여 타계하였다.
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부력을 상실한 것이 어디 기억하나 뿐일까요. 가슴 밑바닥 우물진 곳에 고여 있는 괴괴한 것들을 끄집어 낼 수 만 있다면 실파 다듬는 계집아이처럼 하얀 파뿌리 머리를 하고 베시시 웃어 볼 일 입니다. 오그리고 앉은 지나간 시간에 칼을대어 볼까 합니다. 싹둑 잘리나 보게요~~~^^
살포시 왔다 갑니다 시인님 더운데 건강하세요~~^^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