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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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 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 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 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 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2001)
[얼기설기]
삶에서 중도中道란 없는 것인지도. 마주보는 편에 서야만 군중 속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 시대다. 무수히 보각대는 거품처럼 얹혀, 살기를 버둥거리는 잠자리처럼 한 때를 보내고 그러다 허기진 늙은 거미의 뱃속처럼 사그라지는 열정이 찢겨진 거물을 꿰매는 인간의 숲 어딘가에 숨어 있는 벌레다. 치기가 발동하는 시간대를 지나 책임져야 할, 순리에 순응하는 거리로 기어오른다. 당신은 누굴 살리고 싶은가요? 아님 지나쳐가는 방관자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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