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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근처/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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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회 작성일 25-10-10 10:27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013』


다림 근처/ 양현근


밤늦은 시간 버스정류장에서

취객 몇이 비틀거리는 방향을 서로 가누고 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버스는 올 것인지

기다리는 버스는 대체 오기나 할 것인지

알려주거나 물어오는 이도 없고

누군가는 기다림을 접고 정류장을 빠져나가고

또 누군가는 무작정 기다린다

이를테면 누군가의 환한 이마,

누군가의 서툰 기별이 사뭇 그립기도 한 시간

발을 헛디딘 활엽들이 사그락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불빛을 세우기 위해 차도로 내려선다

목을 길게 늘려도 계절은 아직 제 자리

한 계절 돌아와도 다시 제 자리

한때 누군가가 그토록 간절했던 시간들

환했던 우리들의 스물이거나 서른하고도 몇이거나

이제는 모두 서둘러 떠나간 정류장에서

세상과 불화한 담배꽁초만 수북하니 뒹구는데

맨발로 서 있던 기다림의 근처

바퀴 울음소리 캄캄하게 젖어가도록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들 그믐처럼 깊어가고

가로등 그림자가 어두워진 발등을 베고

고단한 몸을 가만가만 누이고 있다


-양현근 시집 『기다림 근처』(문학의 전당, 2013년)에서


(시감상)


기다린다는 것은 그나마 좋은 일이다. 기다릴 대상이 있다는 것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목적지가 있다는 것에서. 기다림의 근처에는 많은 것들이 웅크리고 있다. 잃어버린 나의 계절과 시간, 화려했던 시간의 낡은 영상들, 그리고 작년 가을처럼 빛날 올해 시월의 어떤 날. 모든 기다림의 근처에는 기다림이 존재하고 그 기다림의 대상은 어쩌면 ‘나’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 가을, 서툰 기별이라도 온다면 좋겠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게.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양현근 프로필)

창조문학 등단,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시마을 설립자, 시집 (수채화로 가는 날) 외 다수


 

    양현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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