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박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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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027』
성묘/ 박정인
꽃을 피우겠다고
엄동설한에 어머니를 땅에 심었다
어머니는 영원히 꽃 피워야 마땅하다고 그날, 내가 울었을 때
막내야, 영원은 믿음 가운데도 있는 거란다
다비 茶毘야말로 완전한 영원일 거야
나는 큰 언니를 이겨 먹은 기쁨으로 잔디를 심었다
하얀 겨울과 촉촉한 봄이 가고 여름은 자주 젖었다
핑계를 늘리며 가꾸지 못한 사이
어머니는 엉겅퀴꽃으로 피어났으나
갈풀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신의 내용은 왜 쪼갤수록 커지는 걸까
지난봄 서너 평 돌밭을 주말농장으로 일구다가
평생 돌멩이 채굴을 즐기던 당신을 만났다
키 큰 나무는 멀리서 보아야 다 보인다, 는 말 믿었을까
무작정 멀리 떠나 사는 청맹과니 한 마리가
근동에서 가장 수줍게 핀 풀꽃 곁에
사랑부전나비처럼 잠시 앉았다 돌아 나온다
(시감상)
계절은 가을 없이 겨울로 직행이다. 강원도 산간 어디선가 첫눈이 내렸다고, 가을비에 과일이 못 쓰게 되었다고 푸념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침 성묘를 다녀왔다. 평장 묘 이곳저곳에 가을 국화가 놓여있다. 한동안 오지 못할 것을 예감한 걸까? 발이 무겁다. 하얀 겨울과 촉촉한 봄이 가고 여름이 자주 젖어도, 가을이 짧게 사라졌어도 사는 일은 여전하다. 내가 삶에 무관한 것인지 삶이 내게 무관한 것인지. 올해는 규정 지을 수 없는 그리움과 허무가 공존하는 한해다. 땅속에서도, 다비에서도 봄이면 꽃은 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들 아는 것을 나만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파해 버린 가을에게, 성급한 겨울에게 과연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정인프로필)
시와 산문 신인상, 김포문학상 대상, 김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마침내 사랑이라는 말)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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