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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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김수우
깨진 플라스틱 화분에서 겨울을 버틴 어린 동백을 아침이라 부르자 '옥황장군' '용궁대신' '서보살' 점바치 골목 간판들을 아침이라 부르자 누군가의 가난, 누군가의 혁명이 네 거름이었다면
그래 거기를 아침이라고 부르자
아미동 비석마을 담벼락에 쌓인 박스들도, 빈 가게를
지키는 금 간 간판도, 돼지국밥집에 노동자들 몰고 들어서는 저녁 바람도, 아득한, 아무리 걸어도 바닥 닿지 않는 어둠도
아침처럼 대답할 것이라
슬프면 돌아오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래도 슬프면 그의 지팡이를 기억하고, 아프면 백과사전에서 폭탄먼지벌레를 찾아보고 또 아프면 해부학 사전도 뒤적이고, 힘들면 순간을 그 압축을 보고 더 힘들면 영원을 그 팽창을 보고
막다른 골목에 무료로 배송된 붉은 단풍잎도, 바벨탑에서 떨어진 시인의 가난한 골절상도 다 아침이라고 부르자 아침이라는 호명으로
우리가 아침이 될 수 있다면
긴 죽음에서 돌아온 듯 문득 눈 뜨니
창틀마다 아침이 꽂혀 있다 단검처럼
[얼기설기]
나의 서식지 너머 아침은 온당히 젖은 문지방을 넘어온다. 늦도록 겨울이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에서도 눈빛은 흐릿한 또한 누군지 모를 저 목청 터져라 외쳐대는 핏줄 선 무명의아침은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버리는 거지의 똥자루마냥.........
나동그라지는 밤의 끝에서 구정물 새는 봉투에 담긴 아침은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처리장으로 실려 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예전이나 오늘이나 아침은 부엌에서 날 선 소리를 낼뿐, 울음 우는 담장은 넘지 못하네.
나의 서러운 아침아~~ 너의 가난한 아침아~~ 포화 속 우리의 아침아~~
오 이제사 눈뜬 찬란한 죽음을 아침은 보듬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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