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을 쳐다 보다 / 고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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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쳐다 보다 / 고형렬
위에 누군가 살고 있는 것 같다 바닥을 쓸어가는
청소기 소리가 들린다
때론 거슬린 소리였다 슬픔의 소리로 변한다
진공청소기 머리가 모서리에 부딪친다
그 소음은 저항하지 않고 스스로 다스린다
긴 울음처럼, 줄처럼
밑 어딘가에 기이한 흡입판이 붙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들의 삶의 형식과 같아서
반성할 수가 없다 자신이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벽에서 충전된다는 것에 대해
먼지를 빨아들인다는 것에 대해
수없이 생겨나는 먼지와 함께 살아가지만
우리가 사람이므로 난제를 그곳에 방치할 수가 없다
천장을 쳐다본다,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집 천장은 그들의 바닥이다
천장은 바닥을 모시고 살았던 것
이 말이 꼭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오늘 아침은 그 말의 그늘만 한 절망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무렵 천장이 조용해졌다
그가 나처럼 서 있는 것 같았다 난간에? 나뭇가지에?
그들은 잊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그렇게 서 있곤 했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존재의 표시 같은 진공청소기의 소음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통하진 않았지만 우린 서로 듣고 있다
[얼기설기]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산다는 것은 인간이기 보다 들창에 갇힌 닭들이나 마찬가지다. 단면을 잘라 보면 너무 재미있는 광경이 수두룩 할 것 같은데.......
인간위에 인간이 살고 그 물체 같은 인간을 또 누군가는 밟고 살아가는.
이상 할 것이 없는 오래전 태초에 지구란 곳에 생물이 사는 순간부터 계급을 가지고 사는 조금 더 악착 같이 위로 올라가는 포악한 욕망이 살아왔으니까
청소기 소리에 위층의 누군가와 혼자 소통을 하고 있는 안테나를 천창에 대고 사는 한 인간의 비루한 모습 같다. 현실이 먼지처럼 나부끼고 그 사이 사이 점 같은 인간이 안테나를 높이 치들고 걸어 다니고 있다. 주파수 소리 지지직~~ 외로움이 당연한 시대고 그 감각에 익숙해 있는 나다 나의 실체가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나오는 밤을 맞이하고 있다. 자자 외로운 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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