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전봇대/ 오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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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110』
말하는 전봇대/ 오선자
건널목
전봇대에 달린
노란 단추
꾹 누르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는 보수동 사거리 책방 골목입니다”
모두 모두
조심조심
안전하게 지나가라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건넨다
빨간 숨소리 끝날 때까지
(시감상)
오랜만에 동시 한 편을 올린다. 어른이 쓰는 동시는 어렵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은 아이가 된다는 말이다. 행동이 아닌, 마음이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복잡한 셈법이나 복선이 깔린 것이 아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순수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누구나 제 몫이 있다. 전봇대는 전봇대대로 노란 단추는 노란 단추대로 목적이 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곳에 제 몫들을 다하는 노란 단추들이 있기에 안심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가을, 더 늦기 전에 내 주변의 노란 단추가 있다면 찾아보고 고마워하자. 사람이라면 사람, 환경이라면 환경, 빨간 숨소리를 내는 건널목 신호라면 신호, 모든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가 되어보고 싶다. 아이는 어른의 얼굴이라는 말이 새삼 젖은 낙엽처럼 가을에 붙어 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25.11.10 김포신문 기고
(오선자 프로필)
동아대 대학원, 월간 아동문예 등단, 부산아동문학상, 최계락 문학상 등 다수 수상, 동시집 (꽃잎 정거장)(신발의 수다) 등 9권 동시집, 동주대에 출강

오선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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