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혹은 멀리뛰기/ 심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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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117」
높이뛰기 혹은 멀리뛰기/ 심수자
달려온 길, 더듬어 볼 궤적이 없으니
가벼워지더군요
시작과 끝점은
마주할 수 없다는 것 알기에
피어나는 꽃들, 더 멀리서 바라보려 했지요
쌓여가는 시간과는 모질게도 불협화음이므로
어둠의 변곡점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길이 보였죠
이쯤이 활주로인 듯
두 눈 부릅뜨고 망설임 없이 장대를 꽂아
휨새의 탄력을 받아요
온통 어둠뿐인 땅을 짚고 공중으로
힘껏 솟구쳐 보는 거죠
청명한 하늘 아래 뒤틀린 마디마디여도
농익었군요, 봉숭아 꽃씨는
시집 (오후의 점술사 58쪽)
(시감상)
더 높이, 더 멀리 뛰고 싶은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아무리 높든, 멀든 결국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생이다. 답이 정해진 것을 뛰어넘고 싶은 것의 이유로 꼽는다면, 자유, 해방 등의 단어가 생각난다. 최소한 멈춰 있는 것보다 나은 일이다. 잠시라도 내가 살던 땅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다면 찰나의 해탈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지만. 나의 해방일지와 관계없이 오늘도 가을을 농익어가고 겨울은 손 내밀고, 나는 부지런히 안 부러질 장대 하나 구해보는 중이다. 어디든 더 멀리, 더 높이 가야 할 것 같아서.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심수자프로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집(술뿔)(구름의 서체)(각궁)(가시나무 뗏목)(종이학 날다)(오후의 점술사-2025)

심수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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