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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 시 쓰는 사람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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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지금부터 시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75회 작성일 15-11-07 12:27

본문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모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출처: 민음사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




풀 / 시쓰는 사람 단


끝이 없는 일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줌 풀을 뽑고 나면
보이지 않은 곳에선
또 한 줌 풀이 자라고 있었다
눈앞에선 말끔하게 정돈된 삶이
등 뒤에선 제멋대로 갈라지고 있었다
억울하여 낫을 들고 후려치면
뿌리가 살아 억세게 올라오고
죽을 힘 다해 뿌리까지 뽑아내면
또 봄이 되어 새로운 씨앗이 싹텄다
애써 무관심해져 무성하게 키워 놓으면
풀의 독성에 시름시름 앓았다


풀엔 나비가 없다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호림이 없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처럼 살고 싶은데
나비는 풀잎에 날개 벨까 두려워 오지 않았다
독침을 품고 윙윙거리는 벌도 볼 수 없다
벌을 꼬드기는 달콤한 재료가 없어
강하게 한 방 얻어맞고 혼미해질 기회가 없다
그리하여 풀과 함께 살면 외로웠다
풀은 독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그 본성에 손을 대면 더욱 질겨진다
풀을 제거하려는 안일한 행동은
눈앞에 있는 건 사라지게 하지만
시선 밖에 존재하는 것에겐
더욱 질기게 사는 법을 제공한다
이리하여 죽었던 풀은 다시 살고
삐죽삐죽 올라서는 무성한 풀을 보며
그 기막힌 생명력에 눌려
시름시름 눕혀졌다


실상 풀은 나였을 것이다
보기 싫은 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죽이고자 했지만
그래서 죽지 않았을 것이다
눈감고 싶은 내 모습이
눈 뜬 내 앞에 나타나면
그 낯섦에 죽이고자 덤벼들었지만
못할 일을 해 가며
목숨 부지하는 낯짝에 서글퍼하며
연명(延命)해 왔던 것이다


*출처: 북센 [우리는 사람이다]


 제 책장에 꽂혀있는 시집입니다. '풀'이란 동일한 제목의 시를 함께 올려봅니다.  똑같은 이름으로 살아가도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처럼, 시도 동일한 제목이지만, 그 느낌이 다르네요...제 감상평보다는 누군가의 감상평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게시자 : 조경희
 
● 내가 읽은 시 이용안내
 
1.내가 읽은 시방은 게시자가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2. 詩 저작권과 관련하여 반드시 감상평과 함께 올려주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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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 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禁합니다
5. 시 감상에 방해가 되는 댓글은 운영자 재량하에 삭제될 수 있습니다
6. 제목 앞에 특수문자나 메모, 부연설명 등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



(지금부터 시사랑…)  :  시쓰는 사람 단님,

기성등단 작가(작고 및 생존 不問)의 작품과
본인의 시를 함께 올리시는 경우,
당 게시판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이런 경우엔 이 게시판보다 기왕에 마련되어 있는 <批評 . 討論房>에
올리셔서 훌륭한 문우님들로 부터 비교감평을 받으심이
더 합당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시 감상>의 경우에 있어서
각기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다는 건
- 그것이 설령, 기성등단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명簡明합니다

한 작품에 몰입沒入해, 감상을 할 수 없기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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