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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水紋鏡 / 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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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43회 작성일 15-11-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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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문경 / 윤제림

자고 일어난 산이 거울을 보네
못물 가득한 논에 엎디어
제 얼굴을 보네
작년 봄 뻐꾹이 울 때 보고 지금 보네
그새,
당신이 좋아하던 꽃은 지고
내 머리맡에 와 울던 새도 멀리 떠났지,
늙은 굴참나무는 아주 눕고
내 돌던 바위는 저만치 굴러가 버렸지,
창식이 삼촌은 죽어서 올라오고
몇 마리 짐승은 길에서 죽었지,
민박집 뒷산이 거울을 보고 우네,
작년 얼굴이 아니네
이 얼굴은 아니네
고개를 흔들며 우네,
장화 한 짝과 막걸리 병과 두꺼비가 보이는
논두렁에서 산이 우네,
식전 부터 우네,
건너편 솔숲에서 자고 나온
백로 한 마리가 무심코 논에 들어섰다가
죽은듯이 멈춰 서 있네,
산수문 흐려진 거울 복판에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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