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열린시학>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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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27회 작성일 18-08-25 14:24본문
봄의 혀 외 신재희
얼어붙은 강 입을 봉하지 못한 구멍 사이로 나지막이 들리는 물의 맥박,
구멍 하나만으로 겨울의 심장을 만질 수 있다
새들이 날개를 펼쳐 놓은 듯 살얼음 위로 깃털문양이 느린 속도로 멈추었다 어느 날 불시착한 바람의 날개일까
남쪽을 향해 달아나던 물길이 뒤돌아본 흔적이 있다 마음이 마음을 껴안은 흔적은 쉽게 녹지 않는다
수억 년 전 어느 숲은 쓰러져 화석이 되었다
마주친 건 곡괭이의 거친 호흡이었을까
기울어진 옆구리처럼 조각조각 부서진 암석 덩어리는 조형물과 함께 묻혔다
잃은 바람만 들락거린다
까
이른 봄 찬바람만 드나드는 들녘, 철수하지 못한 마침표가 있다
기어가던 손과 외줄을 끌고 가던 발을 버렸다 들판을 끌고 가던 무릎들, 무성한 그늘은 시들어 한 아름 보름달은 품에 안겨 사라지고
달의 뒤편처럼 쓸쓸한 표정이 푸른 피를 다 쏟아내고 끝내 들켜버린 패잔병처럼 불안 한 덩이 머춤하다
변기 속에 아기를 넣고 그 위에 쓰러져 죽은 어미의 모성이 불의 혀를 밀어냈듯이
북데기 속 썩은 호박을 들추자 어린순들이 파랗게 돋아있다
곁눈질하던 헛뿌리들이 두꺼운 신발을 햇살에 벗어버렸다
허물어진 자리 수십 개의 달이 돋았다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으면 쉽게 지치는 둥근 원 속에 갇혀 사는 자음과 모음
바람을 타는 부메랑도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속도가 바뀝니다
몸의 균형으로 혼자 즐길 수 있는 트레이너가 필요 없는 놀이는 인내를 요구합니다
야위어 가고 달무리 속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다 실패한 당신도 저 원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간단한 기구들은 몸의 형상을 꿰뚫고 있어 외출을 부추깁니다
잘록한 허리가 대신 말해 줍니다 우린 저 공간의 공식을 너무 쉽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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