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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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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2회 작성일 19-01-10 11:56

본문

스테이플러 씨/이규정

그는 서류들을 한 코에 제압하고 있다

바람의 두께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이미 꿰인 코는 염기서열을 갖는다

하얀 낱장에 뼈대를 두고 있는 얼굴들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사열되어

제왕에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떤 묶음도 첫 장 머리에서 움직이고

펄럭이는 팔과 다리를 갖게 된다

간혹 흩어질까 묶인 것들끼리 권이 된다

날개를 갖고 있어도

그 손에 한 번 잡히면 그만이다

입이란 하나의 입구

무엇이 채워졌을 때

뜬구름이라도 소화하게 만든다

솜사탕과 뜬구름은 종이 한장의 차이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입에

꽉 물려서 봉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 있다

흐트러진 낱장들을 함구시키며 제압하는

따악, 그 소리

일침으로 조용히 봉할 줄 아는 그는

서류의 제왕이다.



<심사평>


심사위원들은 시의 원형을 새롭게 제시하는, 혈기 넘치는 시를 기대하면서 작품을 읽었다. 탄력이 있고 개성이 넘치면서 새로운 안목을 펼쳐주는 시를 기대했다. 그래서 기시감이 있거나, 지나치게 안정적인 시편은 후한 점수를 주지 못했다. 당선작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한 작품들의 수준은 높았다. 

   

‘바다 경매’ 외 2편, ‘가내수공업’ 외 4편, ‘계단의 전개’ 외 4편, ‘스테이플러 씨’ 외 3편을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바다 경매’ 외 2편의 시편 가운데서는 ‘뿌리경전을 읽는 저녁’을 주목해서 읽었다. 꽃과 잎의 세월을 다 보낸 연의 뿌리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발견한 대목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다만, 함께 보내온 두 작품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가내수공업’ 외 4편은 생활의 감각이 돋보였다. 노동 등 육체를 움직여 일하는 사람의 애환이 담겨 있었다. “한 줌 삭힌 콩나물에는 한 사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 감정이 흘러넘치는 점이 눈에 띄었다. ‘계단의 전개’ 외 4편 가운데서는 ‘매미의 시간’이 단연 두드러져 보였다. 매미의 허물을 대낮의 시간이 벗어던진 투명한 흔적이라고 쓴 점은 매우 신선했지만, 이 작품 이외엔 평범한 수준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스테이플러 씨’ 외 3편 가운데 ‘스테이플러 씨’를 당선작으로 선정하기로 흔쾌히 합의했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은 고른 수준이었다. 시행이 앞뒤로 결속되고 보완되거나, 시행이 상상력을 통해 훌쩍 넘어서면서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광경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시편들이었다. 그만큼 오랜 시작(詩作)의 경험이 엿보였다. 당선작 ‘스테이플러 씨’는 서류를 철하는 도구를 시적 대상으로 다루지만, 의미는 중층적으로 읽힌다. 철심이 박힌 서류 낱장에서 나약한 개인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자본사회의 냉담한 구조 안에 강압적으로 편입되고 규율되는 개인이 느낄 공포심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로써 스테이플러는 사물 차원을 넘어서는 상징체로 거듭난다. 좋은 작품을 열정적으로 창작해 시단에 새롭고 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성선경·이정록·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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