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유심>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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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86회 작성일 15-07-06 11:18본문
멜빵/ 조선수 윗도리와 아랫도리가 함께 움직인다 그는 상체와 하체의 분열을 결코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멜빵은 내겐 일종의 비유, 하나로 이어놓았으나 어긋남이 있다 아버지와 찰리 채플린의 공통점은 멜빵, 차이점도 멜빵이었다 떠돌이를 꿈꾸었으나 붙박힌 집에서 무성영화처럼 말이 없던 당신 말년엔 어디선가 해일이 몰려온다고 이부자리 위에서 홀로 무자맥질을 쳤다 평지에서도 난파의 불안에 시달리는 게 생이었다면 흑백 필름 속 채플린은 여전히 기우뚱거린다 파란과 만장 아닌 시절이 없었다는 듯이 좀처럼 균형을 잡을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래도 멜빵을 의지로 삼아 서 있다는 듯이 서랍 속 멜빵은 이제 아무 것도 집을 수 없을 만큼 낡았다 마지막 숨을 그러쥐고 있던 아귀힘도 다 풀리고 말았다 어긋남으로, 생과 사를 교차시킨 멜빵 고무장갑의 이미지 분홍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소의 질 속에 팔을 집어넣고 인공수정을 하는 수의사라도 된 것 같다 말하자면 장갑은 간접화의 산물 그와 나 사이엔 꽉 끼는 거리가 있다 닭 가슴을 도마에 올려놓고 토막을 치는 것도 손가락에 감기는 낙지를 끓는 물에 집어넣는 것도 눈 깜짝 않고 한다 생채기 없이, 소름 하나 돋지 않고, 노래할 수 있다면 너를 만지지 않고도 네게 닿을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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