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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수주문학상 수상작품 /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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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1회 작성일 21-11-22 19:46

본문

남 생각을 했다 

 

  박은숙

 

 

오늘은 두어 명의 남 생각과

또 두어 명의 나를 생각했다.


거울이 늘어나면 결국,

반사되는 얼굴들은 조각이 되겠지

생각과 오래 대화하는 일이

조각난 거울 속을 한데 모아

와장창 깨지는 일과 닮았을까


문득, 또는 불현 듯 같은 순간들이

깨진 사금파리 같이 눈을 찌를 때

두어 명의 남 생각과

내 생각에 찡그린 정각이 찾아온다.

때로는 늦은 일이 빠르기도하고

더딘 것이 오히려 나을 때도 있지만

정각이 울렸다는 것은 이미

늦었거나 지나쳤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두어 명의 남이거나

두어 명의 나의 일에 불꽃이 튀었다는 것이다


남의 일이 곧 나의 일

남처럼 두근거리는 일도 없다

내가 오늘 기쁘다면

그건 두어 명의 남이 해결된 일이다


남은 언제나 나보다 크고 넓다.

그들이 나보다, 가 아닌

내가 그들을 더 미워한 일이 많다

어쩌면 남 생각에 너무 불려 다녔는지 

오늘은 유독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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