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시와 반시> 신인상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16년 상반기 <시와 반시> 신인상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3회 작성일 16-04-05 09:12

본문

2016년 상반기〈시와 반시〉신인상 당선작 / 문희정

 

심사위원 : 김영근, 류경무 

      

목뼈들 (외 4편)

 

네 농담이 어제와 같지 않았다

꿈이나 꿔야지, 나는 입을 오므리고

모로 누운 너의 등에다

씹다 만 껌을 붙여 두었다


허우적거리는 너를 보았는데

너는 너무 멀었고 나는 웃고 있었다

웃음은 계속되었다

 


긴 잠에서 깨어

다시 그 껌을 씹다 보면

나는, 아주, 오래, 걸어왔구나,

 


창 너머로 낡은 다리를 보는 걸 우리는 좋아했는데

그곳을 찾는 건 떨어지려는 사람뿐이었다

 


여름이었고 마당에 작은 목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햇볕이 목뼈들을 조이고 있었다

 


가능한 모든 장소에서 농담이 흘러넘치고

비가 내릴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그들은 고요를 이어갔다

 


한쪽에서 누군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도 여름이었다

하품을 하고 아카시를 꺾고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느리고 더운 바람에도

잎사귀는 모조리 날아가 버려서

꿈이나 꿔야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무도 없고

너의 등짝 위엔 잇자국들만 선명하다

 



 

 


잠긴 채로 고장나버린

하드케이스 그것을

대부분 버려두고 이따금 썼다

테이블입니다 의자입니다

발길질을 부르는 돌부리입니다

한숨을 쉬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구멍

어머니는 그것으로 틀어막았다

먼 곳을 바라보면 아름다웠다

모르는 것들이 반짝이고

고요한 것은 변함없이 고요했으므로

어머니는 밤새 노래를 불렀다

빠짐없이 칠해진 노란 바탕처럼

우리는 노래를 따라 불렀고

모든 노래는 돌림노래가 되어야 합니다

너덜너덜해진 귀가 묵음을 얻을 때까지

두드리는 소리

들리면 돌아보지 않고

큼직한 보폭으로 무섭게 걷고

붉어진 발끝으로 우리는 차고

발톱 빠진 살덩이가 빳빳하게 설 때까지

어머니의 고음은 들리지 않았다

돌부리입니까

뭉쳐진 밥입니다

오래 고인 물이기도 합니다

뭉툭해진 모서리로 앞 다투어 뭉개고

비질비질 우리는 웃는 겁니다

그러면 또 어디선가 두드리는 소리가 끼어드는 겁니다

 


어루만지는 높이


 


계단을 오른다

멀어지는 머리를 세고

차가운 난간을 쓰다듬고

심장처럼

자신의 무게를 가늠하는

너무 익은 감처럼

 


계단을 오르며

내려다보면

내일이 오늘을 밀어내는 것이

하나가 하나를 어루만지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루만지는 시간은

맥박과 맥박 사이에도 있어

 


숨죽이지 않고도

나는 이토록 고요해져서

바람이 내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금씩만 밀어내기로 한다

무른 과일을 씻으며 발 끝에 힘을 준다

 


소리를 불러낸다는 건

바람이 지은 계단을 당겨오는 것

그것은 한없이 말랑하고 깊어

계단에 맞춰 흥얼거리며

나는 없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창문의 쓸모

 

오래된 냉장고에게 인사한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아버지였는데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사랑에 빠졌다고 떠벌리고 다녔는데

자꾸만 꿈에서는 죽은 아버지와 섹스하는 꿈을 꿨다

 


모르는 손을 따라 내 손이

북두칠성을 가리키고 싶어서

 


애인이 아는 숲으로 갔다


 

햇빛과 바람을 들이지 않고

난간의 화분틀을 버려두어도

애인의 얼굴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이 많은 애인을 찾아다녔다

혈색이 좋은 목소리를 쫒아다녔다


 

창문은 언제든 열어젖힐 수 있지만

창문을 통해 걸어 나갈 수는 없는 거다

무릎을 안으며 아버지는 중얼거렸다


 

다음 사람에게

냉장고를 물려주고 인사나 받을까

나는 매일 따라가 누웠는데


 

백색소음에도 뼈가 만져지는 날이 있었다

기대어 있기 좋아

난간 위에 올라 내려다보길 두 번 세 번

현기증이 났다

 


실화


 

폐타이어 산 위에서

무릎이 너덜거립니다 달아난 굽처럼

검은 날아다닌 것들을 바라보며

남은 손이 남은 손을 맞잡습니다

 


눈물이 묻은 자지러지던

한 쪽의 혀가 다른 한 쪽에 꼭 맞아서

사방으로 환하게 열린 뼈였던

눈에 눈이 찔리던

 


나는 원래 물컹거리는 덩어리였을 뿐인데

 


곁에 없다는 건 어떤 감정을 뜻하는지

웃는 얼굴이 자꾸 보여서 나는 좋은데

단단하게 닳은 고무를 딛고

서서히 무수히 일어설 수 있는데


 

어느 쪽이 착각인 것일까요

바닥과 바닥은 이리도 능숙히 서로를 밀어내는데

 


집게 차가 빠르게 자라나고

죽은 물새 떼 죽은 군함이 깊어집니다


 

나는 가장 먼저 웃는 얼굴로 떠 있습니다

이불과 중력은 참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군요

 


언제부터 우리는 이곳에 있었던 걸까요

 

—————

문희정 / 부산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시와반시》2016년 봄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79건 2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1 01-10
2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1 01-10
2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1 01-10
2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1 01-10
2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 01-10
2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1 01-10
2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0 1 01-10
2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 01-10
2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6 1 10-19
2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1 08-29
2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1 08-25
2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9 2 06-15
2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5 1 06-07
2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0 1 01-07
2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1 01-07
2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0 1 01-07
2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6 1 01-07
2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1 01-07
2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4 1 01-07
2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 0 01-07
2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5 1 01-07
2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1 01-07
2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3 1 01-07
2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4 1 01-07
2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3 1 01-07
2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1 01-07
2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1 01-07
2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1 01-07
2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1 01-07
2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1 01-07
1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8 1 01-07
1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1 12-05
1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7 0 11-22
1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0 0 11-22
1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0 11-22
1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 11-22
1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0 11-16
1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1 0 11-16
1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 11-14
1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2 0 11-14
1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 11-14
1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0 11-14
1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0 0 11-14
1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 11-14
1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0 11-14
1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2 0 02-12
1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0 0 02-05
1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5 0 02-05
1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3 0 02-04
1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6 0 02-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