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공모전 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공모전 당선작

  • HOME
  • 문학가 산책
  • 공모전 당선작

        (관리자 전용)

 ☞ 舊. 공모전 당선작

 

주요 언론이나 중견문예지의 문학공모전 수상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40회 작성일 17-01-02 10:45

본문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손의 에세이

 

  김기형

 

 

 

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굿모닝 굿모닝

 

손에게 손을 주거나 다른 것을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없게 하자

침묵의 완전한 몸을 세우기 위해서 어느 순간 손을 높이,

높이 던지겠다

 

손이 손이 아닌 채로 돌아와 주면 좋을 일

손이 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굿모닝 굿모닝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 손이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나는 아직 손을 예찬하고 나는 아직도 손을 사랑하고 있다 손의 지시와 손의 의지에 의존하여 손과 함께 가고 있다

손과 함께 머문 곳이 많다 사실이다 나는 손을 포기하지 못하였다'제발 손이여'라고 부르고 있다

'제발 손이여 너의 감각을 내게 다오, 너의 중간과 끝, 뭉뚝한 말들을 나에게 소리치게 해다오'라고 외친다

손이 더 빠르게 가서 말할 때, 나는 손에게 경배하는 것이다

 

손의 탈출은 없다

 

다만 손들이 떨어진 골목을 찾고 있다

해안가에 앉아 손도 없고 목도 없는 생물들에게서 그들의 뱃가죽을 보면서 골목을 뒤진다

손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손은 쉬지 않는다 손이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손은 자신이 팔딱거리는 물고기 보다 훨씬 더 생동하고 멀리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손이 말하는 불필요, 손이 가지려 하지 않는 얼굴

 

손은 얼굴을 때린다 친다 부순다 허물기 위하여 진흙을 바른다 손은 으깰 수 있다 손은 먼 곳으로 던질 힘이 있다

손이 손을 부른다 손이 나타나면 눈을 뜨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손에게 고분하다 손에게 말하지 않고

손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손은 다른 침묵을 가진다

 

손의 얼개가 거미줄처럼

거미줄과 거미줄 그리고 또 그런 거미줄이 모여든 것처럼 내빼지 못할 통로를 연다

손 사이에서 망각한다 손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 손의 춤을 본다 그 춤을 보면서 죽어갈 것이다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다 나는 손에게 조각이 난다

손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었지만 동그랗게 몸을 만 손이 어떤 불을 피우는지, 무엇을 터트리려고 굳세어지는지

이 공포 속에서 손에 대한 복종으로 계속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손을 놓고 가만히

 

탁자 앞으로 돌아온다 손이 응시한다 손이 그대로 있겠다고 한다

손이 뒤를 본다

손을 뗀다 반짝하고 떨어진다

 

 

[심사평] 손을 매개로 한 전개 ‘시적 사유’ 확장 돋보여

              황현산(문학평론가), 김혜순(시인)

 

 

예심에 의해 선택된 작품들 중 5명의 시를 집중 검토했다. ‘아마이드 밤 골목’ 등 5편의 시는 작은 행위들을 모아 하나의 이국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을 축조해가는 시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을 주어, 서술어만으로 짧게 분절하자 오히려 행위들이 표현되지 않고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재의 형태’ 등 5편의 시는 같은 제목의 시를 쓴 그리스 시인 야니스 리초스와는 달리 사다리를 오르는 동작과 묘사를 통해 시공간의 안팎에서 부재의 형태를 발견해 나가는 시적 전개가 있었다. 그러나 같이 응모한 다른 시들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여름 자매’ 등 5편의 시는 소꿉놀이, 유년기의 자매애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는 환한 시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은 깊이 묻어 버린’ 세계, ‘계속해서 실종되는’ 세계를 불러오는 듯했지만 시적 국면이 조금 단순했다.

 

 ‘창문’ 등 5편의 시는 얼핏 보면 내부의 어둠, 검정을 성찰하는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것들을 뭉개는 도형을 시가 그리려 한다고 느껴졌다.  

응모된 시들이 고루 안정적이고, 스스로 발명한 문장들이 빛났다. ‘손의 에세이’ 등 5편의 시는 우선 다면적으로 시적 사유를 개진하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손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손을 없애 보고, 손과 함께 머문 곳을 생각하고, 얼굴을 없앨 수 있는 손을 그려내고, 손의 얼개를 떠올리고, 손에 의해 부서지면서 손의 통치를 생각해 보는 전개가 돋보였다. 작은 지점들을 통과해 나가면서 큰 무늬를 그려내는 확장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창문’과 ‘손의 에세이’ 중에서 ‘손의 에세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84건 2 페이지
공모전 당선작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 01-11
2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1 01-11
2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1 01-11
2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8 1 01-10
2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1 01-10
2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1 01-10
2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1 01-10
2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 01-10
2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1 01-10
2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1 01-10
2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1 01-10
2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1 01-10
2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1 01-10
2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2 1 10-19
2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1 08-29
2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1 08-25
2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2 2 06-15
2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1 06-07
2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4 1 01-07
2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1 1 01-07
2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 1 01-07
2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1 01-07
2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1 01-07
2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1 01-07
2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3 0 01-07
2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2 1 01-07
2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2 1 01-07
2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9 1 01-07
2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1 01-07
2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1 01-07
2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 01-07
2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1 01-07
2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1 01-07
2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2 1 01-07
2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01-07
1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1 01-07
1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6 1 12-05
1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4 0 11-22
1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8 0 11-22
1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0 11-22
1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11-22
1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0 11-16
1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0 11-16
1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8 0 11-14
1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3 0 11-14
1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 11-14
1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 11-14
1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4 0 11-14
1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11-14
1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 11-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