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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살문에 앉은 바람 - 김현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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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2-11-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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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살문에 앉은 바람 - 김현주 산문집


김현주 | 문예바다 | 2022. 11. 30

252페이지 | 150×220㎜

ISBN 979-11-6115-182-3 (03810)





책 소개


2021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김현주 수필가가 첫 산문집을 펴냈다. 김현주 작가는 수필가 이전 시인이기도 해서인지 문장이 깔끔하고 시적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화려한 수사나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글의 묘미를 살렸으며, 진솔한 자기 고백이 주관적 감상에 빠지지 않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너무 오래 서 있었다.

너무 오래 길에 세워 두었다.

나는 나를 멀찍이 세워 두고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그 길

나는 늘 거기 있었으나,

온전히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팠다.

 

 어느 날 나무 하나 피었다.

가지를 뻗어 잎사귀가 나고 난 자리마다 입이 생겼다.

수백수천의 입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우성처럼 터진 문장이었다.

 

소리를 만진다.

늦가을에

꽃소식이 있었다.

― 「작가의 말」


***


집과 집 사이 손바닥만 한 땅에 복숭아나무가 있다.

이제 막 꽃눈을 달아야 할 나무가 눈을 가리고 발길에 채였다.

한창 물 끌어올려 꽃 피울 나무가 벙어리가 되었다.

경계를 허물고 팔뚝을 내밀어 주던 꽃 손이었다.


잘려 떨어진 팔 하나를 가져와 단지에 꽂았다.

고름이 꽃망울처럼 부풀면 고약도 약이 되지 않았다

 

담장도 없는 우리 집 

꽃은 경계도 없이 넘나드는데,

하얀 속살 보인 나무 꽃소식 멀고

물 한 바가지에 꽃을 내주는 잘린 팔뚝, 아프게 곱다.

너와 나의 경계에도 이런 꽃이 피었던가.

꽃 두드려 꽃잎 열고 꽃 속에 들어가 앉았다.

― 「1부 속표지 글」


***


가지런히 놓인 스님의 털신은

귀를 닫아걸고 댓돌 위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었고,

나그네 따라 법당에 들었던 바람은

부처님 전을 돌아 꽃살문 위에 나비처럼 앉았다.


조용한 한낮,

갑자기 풍경이 일어 처마 끝을 보니

미소 전에 달린 풍경이 방금 산에서 내려온

바람을 싸안고 도는 중이었다.

― 「2부 속표지 글」


***


달이 물속을 빙글 돌았다.

광활한 우주에 내던져져도 거침없었는데,

조그마한 대접 안에서 달은, 스스로 작아지는 걸 느꼈다.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일수록 자꾸만 미끄러져 갔다.


나는, 어느 새 둘이 되었다.

물이 결을 이루는지 파르르 진저리를 쳤다.

물이 달을 삼킨 밤이었다. 긴 겨울이었다.

― 「3부 속표지 글」


***


상처 아문 자리 하늘 끝이 거무스레하더니 이윽고 밤이 왔다.

오늘도 제일 먼저 밤하늘을 빛내는 건 금성이다.

홀로 오뚝 빛나는 줄 알았더니 아기별들을 불러냈다.

유년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이렇게 많은 별무리는 처음이다.

많은 별들 중에 그리운 이름 하나 들어 있다.

가만히 불러 본다.

― 「4부 속표지 글」



김현주 작가의 수필들을 읽으며 수필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가 미래의 언어이고 소설이 현재의 언어라면 수필은 과거의 언어이다. 시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으로서의 미래를 노래한다. 소설은 삶의 갈등 구조를 이야기로 만들어 지금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에 비해 수필은 작가의 기억 속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 기억의 재현만으로는 허망한 글쓰기가 된다. 그 기억과 현재의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할 때 비로소 수필이라는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김현주 작가의 글들이 바로 이런 수필의 특성을 아주 잘 보여 준다. 어린 시절의 음식과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기억이 지금의 삶에 무엇을 남겼는지 작가는 찬찬하게 우리에게 얘기를 들려준다. 그 얘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을 위해 조금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소박하고, 겸손하게 살 것을 작가는 제안하고 있다.

― 황정산 시인의 평설 「기억과 성찰의 글쓰기」 중에서


그가 울리는 산사의 풍경소리는 편경소리 같다. 울리는 건 바람이지만. 혼자지만 여럿이서 울리는 편경 소리. 그의 꽃 가꾸기, 요리하기는 핸드벨 소리 같고.

그 소리는 나 잘 살았다 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나 아프다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마침내는 기쁘다, 감사하다는 소리.

그 소리는 광주의 비극으로도 이어져 그렇게 변주된다. 어머니와 유년에서 발원한 그 소리는.

“스무 해 넘게 집 안을 가득 채웠던 피아노 소리가 사라졌어도 지금 내 꽃밭에선 선명한 흑백의 건반을 달리는 예쁜 소리가 꽃 속을 더듬어 피어난다.”(「피아노 소리 그 꽃밭에 앉았네」)

소리의 시인 김현주는 그렇게 “소리를 만지”(「작가의 말」)고 있었다.

― 김영승 시인의 표4 글에서

| 차 례 | 꽃살문에 앉은 바람 |


작가의 말


1. 너와 나의 경계에도 꽃이 피었던가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네

팽나무

보리피리

굴포천의 잔물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아노 소리 그 꽃밭에 앉았네

꽃으로 오시라

광주

속곳 주머니를 끌러 내어주신

할머니 손

빨간 운동화

아라리 난전

운명

욕심

불안이라는 벌레


2. 꽃살문 위에 나비처럼 앉은 바람

그 숲, 어린 왕자

뒷짐 지고 가는 저 걸음아

꽃살문에 앉은 바람

바라건대 잊을 일만 남았다

도솔아 도솔아

얇은 사 하이얀 고깔

그 사랑, 처마 끝에 걸어 놓는다 해도

혹, 그런 꼬리 있으신가요

근심도 보시하면 삭아 그 쓰임새가 있나니

댓돌 위 하얀 고무신

소리를 만지다

나무고기의 울음

如何是

길 없는 길

구룡사


3. 물이 달을 삼킨 밤

아주심기

잡채유감

붉은 달

홍시 닮은 연지빛 우연히 만난 노을빛

피어라 곰팡이

추억, 그 번다함에 대하여

애기동지

자연

보릿국

겨울놀이 4

목화꽃이 피었다

내 방식의 사랑 2


4. 그리운 이름 하나

나는 당신을 봅니다

느리게 조금 더 느리게 1

느리게 조금 더 느리게 2

목섬의 새목아지

느리게 조금 더 느리게 5

청산도 그 사나이

아직 가지 못한 곳, 어쩌면 영원히 찾지 않을 거기

자전거 길을 걷다

자유공원

코스모스를 노래함

오호항

발자국을 두고 왔다

책방순례

사유를 사유하다


평설 ∙ 기억과 성찰의 글쓰기 | 황정산



저자 소개 | 김현주


- 전남 해남 출생

- 2018 『서정문학』 시 신인상 당선

- 2021 『문예바다』 수필 신인상 당선

- 2015 <해밀> 동인 공저 『저녁 문산리』

- 2022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사업 선정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새얼문학회> 회장

- <해밀> 동인

- E-mail : hyunju_k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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