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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김 휼 사진 시집/걷는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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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회 작성일 23-03-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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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안식과 평안을 주는 시를 대하는 즐거움

-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김 휼 시집/걷는 사람 -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김 휼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한국문연, 2021.9.27)에 이어서 두 번째 시집인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를 드린다.

그 느낌이 참으로 달랐다. 물론 시인의 말("한 걸음 물러서면 보이는 길/풍경을 좆다 그만 그 길을 놓쳤네/하지만 이쪽도 그리 나쁘진 않네/헤아리는 마음으로/피사체를 오래 들여다보면/신비 아닌 것이 없고/기도 아닌 것 없으니/당신 걸어간 그 길과/적요 무성한 이 길도/경계가 생략된 첨탑의 끝에서/이내 곧 만나게 될 터이니/남은 길 가야겠네")과 같이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공간', '거리', '비움', '내려놓음'. '깊이 있는 시적 사유' 그리고 많은 소시민적 '삶의 풍경'들과 자연의 생명력을 품고 천천히 걸어가는 끊임없는 여행에서 만난 시적 결과물을 이 한 권의 시집 구성원으로 삼았다는데서 충분히 '안식'을 느낀다.

더군다나 이 번 시집에는 시인의 마음이 잘 정돈되고 예쁘게 채색되어 자연과 사람과 삶의 풍경들을 담은 사진이 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감성의 효과가 더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읽는 그리고 문학적 이슈가 되는 수사법의 일반적 특징인 활자의 그물은 낮게 짜 걸어두고, 눈으로 보고 쉬 느낄 수 있게 하는 삶의 온갖 풍경사진을 더 확대시키거나 눈에 띠게 하여 마음의 위안을 속히 주겠다는 시인의 의도가 확연히 발견되는 시집이라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에 어울리는 시편들 중 그 한 편의 시를 감상해 보기로 하자.

얘야, 어딜 가는 중이니?

무지개나비를 찾고 있어요

무지개나비는 왜?

엄청 아름답게 날잖아요

저도 그렇게 날고 싶어요

그렇구나,

날개는 네 꿈을 먹고 자란단다

머잖아 너도

멋진 날개를 가질 수 있을거야

-<무지개나비를 찾아서> 전문


 

참으로 따듯하고도 희망이 넘치는 작품이다. 오랫동안의 코로나19로 인한 피로도와 정치적 이분법화 된 양당논리가 인간을 형편없이 초라하고도 무가치한 피조물로 만들어 놓은 21세기 천민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부유물처럼 표류하고 있음을 시인은 극명하게 알고 있는 눈치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교육과 종교 그리고 문화의 영역 조차도 길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분야의 올바른 리더들을 잃고 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기승을 부리는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시인은 몹시도 아픈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창조주 되신 하나님께 기도로 간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충분한 진단의 결과를 가슴에 꼭 보듬고 예배당에서 여호화 닛시, 라파되시는 절대자를 향해서 매일 기도로 인간의 회개와 민족성의 회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시 한 편을 통해서 충분히 그 의도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으로 포근한 이미지와 희망이 넘치는 작품이서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일기 시작했다. 다른 시 한 편을 동시에 감상해 보기로 하자.

연둣빛 발음으로 나를 부르는

너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예쁜 손을 가진 별들 반짝이기 좋은

까만 눈동자, 은하수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너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어디서고 두 손 들고 달려와

태고의 숨을 먹고 배운 말로

가지마, 붙잡는 너는,

너는 내가 머물고 싶은 나라

영주권이 없어 정주할 수 없는 내가

열 하룻길을 걸어 깃발을 꽂고

울타리가 되어 세우고 싶은 나라

너는 내가 영원히 살고 싶은 나라

-<너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전문


 

또 하나의 시인의 마음, 의지를 발견하게 하는 시이다. 이 두 번째 시집에는 대부분의 시들이 충분히 여유를 지닌 그리고 천민주의가 주는 결과물을 내버려 두고 조금은 더 멀리 거리를 둔 장소에서 홀로 길어올린 사유의 결과물들이 기둥이 되고 지붕이 되고, 구둘장이 되어 한 개의 시의 집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안식과 안락이 느껴진다. 그리고 쉬어가도 아무 부담이 없는 한개 영혼의 정자가 되는 느낌이다.

위의 시에서 시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나라'가 영토를 의미하지 않는, 그 한 사람의 생명으로서의 아이의 세계 즉 보이지 않은 순수 영혼이 만연한 그 누구, 그 어느 곳을 희망하는 그 바람이 깊고 간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시대는 참으로 많은 분야에서 변형(질)되어 버렸다.

갈대까지 간 인간의 굴욕적 행위들을 물 보듯이, 불 보듯이 간과하거나 불편해하는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해명의 해명만을 늘어 놓는다. 그것이 종교인이든, 많이 배운 학자이든, 다양한 인문학적 문화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든 중심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쏠린 채, 서로를 비방하고 홀대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인간 세상의 민낯이다. 이런 인간류의 세상을 생각 할 때, 시인이 그리는 '살고 싶은 나라'는 단연코 유럽이나, 아시아, 특정한 어느 나라가 아닌 순수를 지닌 불특정 어느 누구의 마음속 세계에 가 닿는다고 할 수 있다. 그곳이 이 세상이 아닌 질투와 시기, 폭력과 아픔이 없는 영원성이 보장된 천국이면 정말 좋을 듯도 하다. 한 편의 시를 더 감상해 보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추억이라고 써놓고

구겨지지 않는 시간이라고 읽는다

순간과 영원의 프레임 속에서

엄마는 웃고

금방이라도,

박제된 웃음소리 쏟아질 것 같은

흑백의 오후

남은 자의 몫이 버거워

한발을 슬쩍,

빛바랜 모서리에 걸친다

-<흑백사진> 전문


 

이 시집을 감상하면서 상당 부분 영혼의 정화됨을 경험하게 되고, 더욱이 쉼의 시간으로 초대되어 충분히 안식했다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집 속으로 동화되어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시인을 쓰고,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인문학의 공간에서 깊이 있는사유적 삶을 살고 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생계현장에서와 이 땅에서의 삶을 통하여 많이 상처받는 등 지쳐 있음의 진단을 낼 수 있었음에 시를 읽는 참된 맛을 솔솔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좋았다. 그래서 시는 그 어느 예술 장르보다도 치유의 힘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 번의 두 번째 시집을 낸 김 휼(김형미) 시인의 내적 세욕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음에 감사를 드리고, 이 시집으로 인하여 갑각류의 겉과 같이 단단해져 생명력의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기는 21세기 한반도 소시민들과 영혼의 범죄을 갈등없이 양산해 내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의 영혼과 입을 깨끗하게 정화 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에게 이 시집이 전달되어야겠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그 길을 열어 주어야 겠다는 의지를 다짐하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앞으로도 김 휼 시인의 문운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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