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시인 첫 번째 시집 (안개가 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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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시인 첫 번째 시집 (안개가 된 낱말)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 지원사업' 지원을 받은 시집
박창민의 시는 꽤 긴 호흡을 갖고 있음에도 예리한 사회 풍자성과 세상을 보는 눈의 깊이가 깊은 편이다.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의 차이는 시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만 동시에 보아야 할 것도 많은 것이다. 시인이 보는 세계는 다양한 범주를 가진 세상이다. 또한 박창민 시인의 장점은 삶의 전반을 볼 줄 안다는 점이다. 하나를 하나로 보지 않고, 둘 혹은 그 이상의 세계로 보는 것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의 시적 질감은 다르다. 같은 현상이나 사물을 봐도 박창민 시인이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형상을 보여주는 것이 장점이다. 일종의 패러디한 작품들과, 참신한 시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혼재하여 기존의 기성 시인들이 출간한 시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혀 작품화 되기 어려운 소재와 주제도 시인에게 포착되면 작품이 된다는 것이 신선하다. (바람 관상 보기) (사우나 고깃집) (개 소풍) (어제 지진에 모두 놀라셨죠) (해우소 능소화) 등등의 작품은 발랄한 개성이 넘치는 시의 발화점을 갖고 있다. 어려운 소재를 시인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가객처럼 말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장점일 것이다. 첫 시집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독자들에게 이 가을의 정취만큼 아슴하게 다가서길 바란다. 시집을 읽는 재미를 충분히 갖춘 시집 (안개가 된 낱말)의 일독을 권유한다. (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평설)
평설 자와 시인의 대화록
전문수 (창원대학교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지금까지 많은 시집 뒤엔 평론가나 친한 동료 시인이 서평 형식으로 독자에게 그 시집 특성에 대한 대강을 안내해 왔다. 옛날부터 발문이란 이름으로 학자들 발간 서적에 선학이나 또는 동료 학자들이 간단하게 책 대강과 함께 특별한 발간 사항을 여러 지인이나 독자들에 알려온 관습이다.
요즈음은 문인들 문집 발간에 거의 필수로 구색을 갖추는 추세가 되었다. 그러나 왠지 천편일률적인 주례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격을 달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마침 박창민 시집 평설(評說)을 요청받고, 이번에는 새로운 발문 형식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간 소위 평론가라는 이름으로 일방인 긴 평설들은 저자 작품 의도와는 괴리가 심한 것은 물론이고 과장된 수사적 찬사로 발문 궤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참 우연스럽게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박 시인은 시 10편을 보내고자 한다는 전언이 왔다. 이거야말로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받은 시를 일 차 통독한 뒤 곧바로 시편마다 자작 시 창작 동기나 의도를 첨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잘못하면 평설이 오판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거니와 저자인 시인과 평설자가 대화하는 형식을 갖추면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글거리가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이게 새로운 포스트모던한 발문이 시도되리란 생각을 하였다.
“시인은 독자에게 시를 파는 존재다. 일상에 있는 흔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소재로 독자로 하여 읽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켰으면 했다. 시가 독자를 깨치지 않고 내가 독자가 되면 절로 시인이 될 거라는 믿음은 아직도 쌓이기만 하는 꿈일까?”
사우나 고깃집
기름진 삼겹살로 연료를 바꾼 목욕탕
수증기 안개꽃으로 모락모락 피는 곳
기름진 여백은 가위로 자른 뒤 해물 된장 시키면
암초 같은 하루, 뒤끝 흐린 날도
개운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소문으로 끓어오른다
체중계는 들어갈 때만 재는 것이라 꿀꺽, 마음먹는다
열탕 앞에서 굽는 목살은
익어갈수록 지방 빠지다가도 도로 스며드는 육즙이
열 뻗치는 날 스스로 고소하다는 목청이 터질 좋은 자리
중년 부부는 안쪽 안마 탕이 명당
아직 신선한 연인이라며 서로 챙기는 손으로
평생 옆 지기 두드리며 살맛 우려내기 괜찮은 곳이다
어린 아들딸과 앉아 먹기엔 황토 사우나가 낫다
보석 깔린 자리 물려줄 건 없어도
언제 맘껏 흙에 뒹굴며 살았던 이야기가 실감 나니까
젊은 짝들은 샤워기 앞이 또 제대로다
끈적한 소리 주고 받아먹다 물수건으로 닦으며
다시 책임을 약속하기 물 좋은 촉촉한 코너
옷 입은 채 불쑥 들어가도
남녀 혼식이라 아무도 욕하지 않아
굴뚝같은 호기심이 뒤를 보면 낯설지 않은 등마다 젖은 이웃들
간판과 다른 내용에 웃다가 귀 한껏 열면
맛있게만 들끓는 벌거벗은 말들
박창민 시인의 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정체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인을 이해하려는데 매우 도움이 되겠다. 이 시인이 시를 쓰지 않고는 안 되는 기질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박 시인이 쓴 솔직함이 오히려 시인답다고 하겠다.
“강원도 춘천에서 폐업한 목욕탕 내부 시설을 살려서 고깃집 식당으로 개업한 기사를 발견했다. 가지 않아서 더 잘 알 수 있는 맛과 분위기가 그대로 떠올랐다. 벌거벗은 몸보다 벌거벗은 말이 호기심을 창작했다.”
‘벌거벗은 말’의 호기심이란 이 언어 기교와 순발력이 이 시인을 시인으로 지탱하고 있다. 사우나 고깃집이란 말은 두 단어가 다 몸을 벌거벗은 폭력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런 언어에 호기심을 가졌다고 보면 시인의 상상력이 잘 소통이 된 방법이다. 앞에서 본 <작은 종이 상자>의 시와 똑같은 시법일 수밖에 없다란 생각이 든다.
(안개가 된 낱말 - 전문수 평설) 일부 인용
시인의 말
제 첫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첫 시집 내는 줄 모르고 오늘까지 도움주신 독자 차례
선부군 박원백, 어머니 이옥연 여사
김부회 평론가, 마경덕 시인, 문창길 창작 21주간, 의령에서 제 글 챙겨주신 전문수 교수님
좋은 인연들과 시집을 맺도록 도움 주신 강달수 시인님, 문인선 시창작 교수님
(중략)
그리고 딸 박한임
시작합니다.
박창민 시인 프로필
부산 출생, 2018 창작 21 봄호, 신인상, 2023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 시 부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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