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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성 첫시집 <나의 하염없는 바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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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언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0회 작성일 18-06-13 16:05

본문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시인선 시리즈를 선보였다. ‘걷는사람 시인선은 시류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해가는 좋은 시인들과 시를 발굴하고 그로써 오늘날 우리 문학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우는 것은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시인선 첫 번째 시집으로, 최근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을 선보인 바 있다.


걷는사람 시인선그 두 번째는 송주성 시인의 첫 시집 나의 하염없는 바깥이다. 송주성 시인은 199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20년 만에 첫 시집을 펴내게 됐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장면조차도 수시로 생애의 떨림을 통으로 전달하는 고독의 냄새가 솟구치는”(김형수 시인, 발문) 시편들을 선보인다. 그야말로, ‘고독한 단독자의 노래라 이를 만하다. 20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인 만큼 그 시적 사유의 힘이 탁월한 시편들이 시집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해 넘어간 묵호항

뜨거운 곰치국을 먹는다

 

안녕, 잘 있어라

이 말을 해두고 싶어서

그립다, 이 말을 미리 해두고 싶어서

이 한 그릇

뜨겁게 문드러지는 것을 삼키려고

 

나 혼자

이 먼 길을 왔다

- 묵호전문

 

시집에 담긴 60편의 시 속에서 시인은 대체로 혼자. 혼자 먼 길을 오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동심원) 떠나버리는 자다. 이로써 작은 장면 너머, 풍경 너머에 선명하게 자리한 생의 근원적 외로움을 응시하는 단독자의 시선은 과장도, 엄살도 없이 시종 고요하다. 특유의 고요한 시선으로 시인은 우리네 삶, 바깥을 찬찬히 조망한다.

 

길은 언제나 길 아닌 것과 함께 다시 이어져왔다

고독한, 그러나 강건한 단독자의 노래

 

발문에서 김형수 시인은 시가 존재의 기록이 되는 소이는 주제나 메시지 같은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시적 화자의 눈에 띄는 세계, 사물이나 현상 등이야말로 시인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송주성의 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공간은 사막이다.


내가 계속 걸어서 길은 자꾸 길어지고 길이 길어져서 또 누가 길 끝에서 사라진다.”(사막시편 1)표식할 봉우리 하나 없는 들판에서 길을 잃고 보니/ 사람 없는 곳에 길이 있으랴 끄덕이게 된다”(바깥 5)에서와 같이 그의 시에서는 늘 사방팔방이 트인 채 아무도 없는”(막북漠北에 가서), 막다른 곳이 나타난다.


여기서 시인은 그 막다른 곳, 끝없는 사막을 걷고 또 걷는 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름마저 고비인 사막/ 길을 잃고서야 길을 생각하게 된다”(바깥 5)는 그의 사유는 진중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진폭을 확대하며 성찰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이런 부분에서는 그의 시를 자기 성찰의 구도자적 수행이라 일러도 좋을 것이다.

 

잃은 것은 길이 아니었다

내일도 시간은 떨리는 발끝으로 파내는 생면부지

바깥의 길은 언제나 길 아닌 것과 함께

내 안에서 다시 이어져왔다

길 아닌 길의 끝을 또 이어가

어느 먼 쓸쓸한 날

처음 보는 새하얀 바깥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또 없는 길을 물을 것이다

지금 몇 시입니까?

- 바깥 5부분

 

송주성의 시는 고독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다. 그의 시는 끝없이 막다른 길을 서성이는 듯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길 아닌 것과 함께 다시 이어진다. 그러므로 그는 길 아닌 길의 끝을 또 이어가는 자다. 그가 밤새 사막을 걷지만, 어느새 낮이 되면 일상에 굳건히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나는 모르는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고지서들이 잔뜩 쌓여 있는 식탁

나도 사과들에게 이름을 분배해주는 놀이를 해본다

너는 볼그족족 사과, 너는 발그레레 사과

목젖을 스치는 하얀 과즙은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도 생이 남으면

비 내리는 창밖을 마저 보며

고지서들을 정리하는 일

- 바깥 8부분

 

그는 비 내리는 창밖을 마저 보며/ 고지서들을 정리하는 일이름마저 고비인 사막을 걷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다. 안간힘으로 생의 고통과 환멸을 견디는 자, 심연을 품고 걷기를 멈추지 않는 자의 모습은 실로 격렬한 내적 울림을 준다.


발문에서 김형수 시인은 강조한다. “사실, 그의 시어들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평이한 말들로 되어 있다. 또한 진위를 가리는 과학이나 선악을 다투는 도덕 혹은 교훈 같은 것들을 피력하려는 의도도 없다. 그에게 있어서 존재는 시간의 대륙을 가로지르는 물체이고, 그 자신은 세상에 가득 찬 수많은 물체들 중의 한 낱개로서 애오라지 걷고 사유하고 또 견딘다.”


그의 시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하게 읽혀야 하는 이유다. ‘바깥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시인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 함몰된 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아프게 직시하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소리는 소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소리의 바깥은 소리의 죽음

, 바람이여

소리가 소리 너머로 날아가려고 퍼덕이는 소리여

 

나는

저 꽃 하나 때문에

소리 없는 공중을 올려다보게 된다

 

꽃이여

내일 걸어갈 소리의 발이여

훗날 사람들은 꽃에게 이렇게 말하리

이토록 예쁘게 진화한 발은 처음 봐요.”


20184

염밭에서 송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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