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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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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스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19-12-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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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동주문학상


■ 수상작 · 정현우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외 4편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될 때 어둠 속에 손을 담그면 출렁이는 두
눈, 검은 오늘 아래 겨울이 가능해진 밤, 도로에 납작 엎드린 고양이 속에
서, 적막을 뚫는 공간, 밤에서 밤을 기우는 무음, 나는 흐릅니다. 겨울 속에
서 새들은 물빛의 열매를 물어 날아오르고, 작은 세계가 몰락하는 장면 속
을 나는 흐릅니다. 풀잎이 떨어뜨리는 어둠의 매듭이 귀와 눈을 먹먹히 묶
고, 돌과 층층이 쌓이는 낮과 밤으로부터 이야기하자면, 사라지기 위한 은
유는 모두 내게 필요 없는 것, 죽음은 함께할 수 없는 것, 그러니 각자의 슬
픔으로 고여 있는 웅덩이와 그림자일 뿐입니다. 묘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이
있다면, 바깥에 닿는 비문, 발소리를 듣는 동안, 괄호를 치는 묵음은 그들이
죽인 밤을 기록하는 서(恕), 그림자는 순간 쏟아지는 밤의 껍질, 우리를 눕
히는 정적입니다. 흐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나의 죄와 형벌, 지우고 싶은 묘
비명 같은 것이나 수렵은 시작되었고 검은 고요로 누워 흘러갈 뿐입니다.
간밤의 꿈을 모두 기억할 수 없듯이, 용서할 수 있는 것들도 다시 태어날 수
없듯이, 용서되지 않는 것은 나의 저편을 듣는 신입니까, 잘못을 들키면 잘
못이 되고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용서할 수 없는 것들로 나는 흘
러갑니다. 검은 물속에서, 검은 나무들에서 검은 얼굴을 하고, 일몰하는 곳
으로 차들이 달려가는 밤, 나는 흐릅니까. 누운 것들은 흘러야 합니까.






빙점



나의 아홉 살은 얼음감옥,
쌀은 씻어도 묵은 냄새만 났다.

엄마, 사람에게도 겨울잠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어는점을 알고 싶어요,
지루한 속도는 언제 떨어질까.

동그란 원을 그리듯 앉아
사람들의 머리냄새가,
삶이,
나를 지나칠 테니
세상의 경계가 희미해져요.*

어둠이 얼리면 발목은 없어진다.
나는 신을 뒤집어 신고
다정히 젖을 수 있다.

겨울이 울음을 걸어 잠근다.
수도꼭지는 돌아가지 않고,
처음부터 받아 놓은 것은
얼음, 나의 잘못,

고드름 속,
거꾸로 달린 천사들이 기어 나와
나의 발목을 깨트리는 밤.

별점을 치는 뱀들을
눌러 죽이는 밤.

점으로 떠돌다가
온전한 사람으로 점지되었을 때,

시간에 연명하는 넝쿨 같은 인간에게
천사들이
언 손에 입김을 불어 줄 때

슬픔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견디는
겹겹의 눈,

지붕 위, 눈이 쌓인다.
백색 무덤이 될 때까지
우리는
까마귀 떼와 시체놀이를 한다.

죽이고 싶은 목록을 지우고
나는 엎드려
잘못 태어난 것들을 떠올린다.

엄마, 새벽에는 밥 대신 슬픔을 안쳐주세요.

이미 와장창 부서졌는데도,
저 빛의 원뿔들.



* Hoppipolla 시규어로스1집.






은신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나의 병을
모른다고 합니다. 병이 없다고 합니다.* 고백이 많은 이곳이 마음에 듭니
다. 나는 누우면 태어나지 않은 것으로부터 버려지는 바다가 되고 작은 틈
을 발견하곤 합니다. 나의 잠에 열중하는 것은 가까워지는 가장 먼 환상,
실금이 간 얼굴을 만지면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의심합니다. 어머니 그
곳에는 눈이 오나요. 이팝나무 아래서 재채기를 하면 독백이 될까요. 새벽
이 오면 짐승의 밥으로 던져질 사람들이 있고, 내가 죽고 싶은 마음들은 콩
잎들이 지는 겨울의 그 길을 흔들고, 모퉁이들을 지나 그림자들을 밟아보
던 순간을 노래할 때, 어둠을 다듬던 뒷모습은 나를 반기던 눈빛, 강아지풀,
사랑이 죽는 곳에서 어둠의 꼬리를 숨긴 채, 나는 저수지의 푸른빛을 움켜
쥡니다. 나는 버려지기 위해 되돌아오는 고독을 알지 못합니다. 괴로움은
꽃에서 심장이 멀어지고 줄기들만 무성히 자라 나의 은신처를 찾을 수 없
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눈을 가둔 예언입니다. 진실은 먼 것들이 내
는 상처로부터 서 있습니다. 나의 고백은 언젠가 하나로 사라지는 밤의 내
부, 나는 버려지기를 기다립니다. 수취할 수 없는 다정은 추위를 떠도는 겨
울의 잿빛, 어머니 그곳에 눈은 오나요. 나는 어디로 갈지 느낄 수 있고 나
는 검은 바다로 누워 당신의 밤으로 들어가는 꿈도 없는 가벼운 잠, 깨어나
고 싶지 않은 밤, 밤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 윤동주, 「병원」.






수저의 일



밥알을 넘기다 수저를 삼켰습니다.
우리는 수저 없이 밥을 떠먹습니다.

손이 없어도 나는
수목의 가장 슬픈 잎을 흔들 수 있고
밥상에 달그닥거리던 저녁을 훔칠 수 있고

모든 고백이 떠밀려오는 오후는
수저의 일.
아무 일이 없이 마주 앉아
뭇국을 떠먹는 일.

얼굴을 수저에 얹어보는 일.
혼자 앉은 식탁에
나란히 수저를 올려보는 일,

당신의 왼쪽 무덤에
심장을 비스듬히 대어 보는 일.

밥을 먹는다는 건,
고개를 숙이고
주검을 퍼먹는 일,
당연한 것들을
오래도록 잊는 일.

왼쪽과 오른쪽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나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수저는 겨울을 퍼다 나를 것이고

창가에 날리는 쌀알을
꼭꼭 씹어 먹고 싶었습니다.






컬러풀



옥상 문을 걸어 잠그고 밥을 먹었다.
멸치의 눈이 친구의 눈빛 같았다.
땅거미가 사람들을 갉아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투명한 가윗날 소리,
노을 속 색종이들이 살랑였다.
잔상이 길게 남으면 명암이 튀어 올라
실눈을 지그시 떴다.
맞은편, 미술실 토르소는 하얗게 부서졌다.
한 조각 어둠이 내 등을 밀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색이 궁금했다.

난간을 붙잡고,
발밑으로 대답이 없는 어둠,
검은 호수가 몸속을 떠돌았다.
못은 나를 들여다보았고
감정을 옮기는
빛들의 통로,
무언의 물감 속에 있었다.
색칠되지 않는 마음은 기쁨도 슬픔도 잴 수 없던
두 팔 안에 가둔 시간.
살아 있으려는 색은 무엇일까.
눈가에서 정물이 쓰러질 때,
변성기로 굽은 순간은
투명을 통과하는 검은 깃들,
마지막을 거는 새들의 첫 비행.

물감은 왜, 검은색으로 이동되지,
모두 섞으면 거대한 검은색 마침표가 도달하는지.
청동색 토르소가
회갈색 비늘을 떨어드린다.

나의 보호색은 나의 적(敵).


광주일보·시산맥 시상식…해외작가상 정국희·특별상 정용진
2019년 12월 02일(월)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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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동주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영 시산맥 대표, 정후식 광주일보 논설실장, 문이레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자, 동주문학상 수상자 정현우 시인, 나희덕 시인, 해외작가상 정국희 시인, 이경림 동주문학상제전위원장, 유성호 평론가, 해외작가특별상 정용진 시인을 대리 수상한 정용하 씨. /최현배 기자choi@


광주일보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으로 제정한 제4회 ‘동주문학상’ 시상식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관에서 수상자와 가족, 시산맥시회 회원, 심사위원, 문단 및 출판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상식에서는 동주문학상 수상인 정현우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또한 동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동주해외작가상 수상자인 정국희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 300만원, 정용진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 100만원이 수여됐다.

김여송 광주일보 사장은 정후식 논설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광주일보와 시산맥은 지난 2016년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담긴 시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널리 확산하기 위해 윤동주 서시문학상을 제정했다”며 “올해부터 그 이름을 ‘동주문학상’으로 바꿔 새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창사 67주년을 맞은 호남 최고 전통 일간지인 광주일보는 그동안 호남예술제, 신춘문예, 문화전문매거진 ‘예향’ 발행 등을 통해 호남의 문화예술 위상을 높여왔다”며 “앞으로도 윤동주의 시정신을 선양하고 가치를 드높이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문정영 시산맥 대표는 “이번 공모전에 400여 작품집이 넘게 투고될 만큼 동주문학상이 지니는 문단 내의 위상이 만만치 않다”며 “올해 4년째를 맞아 새롭게 상의 명칭을 개편한 만큼 앞으로도 이 상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공정한 심사는 물론 상에 담긴 정신이 널리 확산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식전행사로 윤동주 시인 헌다 헌화, 매직쇼, 정현우 시인의 콘서트 등이 진행됐다. 이에 앞서 송광민(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군에게 서시장학금이 전달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선 시산맥이 주관한 제14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자인 문이레 시인에게 신인상 등단패 증정식도 열렸으며 시집을 발간한 구정혜, 김고니, 김남권, 박숙이, 박정양, 유애선, 이사동, 이현경, 황성용 시인에게 소정의 상품이 지급됐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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