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쉽게 잘 쓰려면 2중 구조에 눈을 떠라 - 김영남 > 문학 강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문학 강좌

  • HOME
  • 문학가 산책
  • 문학 강좌

(관리자 전용)

☞ 舊. 문학강좌

시를 쉽게 잘 쓰려면 2중 구조에 눈을 떠라 - 김영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786회 작성일 16-02-11 09:32

본문

시를 쉽게 쓰는 요령 - 김영남

 

 

5. 시를 쉽게 쓰려면 2 구조에 눈을 떠라.

 

* 이중구조란 글자 그대로 두 가지 그림을 거느리는 구조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 현재의 나와 과거ㆍ미래ㆍ 또는 추억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그림 속의 나등 이런 관계를 말합니다. 이런 관계의 시를 가장 선명하게 제일먼저 제시한 시인이 바로 <이상> 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상 시인은 주로 거울을 매개체로 해서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를 잘 조응했었습니다. 사실 이중구조 이치만 잘 이해하고 소화한 사람이면 이런 유형의 시가 쓰기도 쉽고 참 재미있다라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남들은 난해하고 쓰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로직은 의외로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온갖 장난과 행동을 다 해보는 겁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로 예를 들면 < 내가 눈빛을 시퍼렇게 뽑으니까/ 거울 속의 녀석도 눈빛을 시퍼렇게 뽑는다./ 내가 쫓아가니까 그 녀석은 도망간다. 화장실로 숨는다/ 내가 다시 돌아서니깐 녀석은 다시 기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행동을 이 둘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 나가면 시적 공간이 나와 거울 속의 나로 한정되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아주 선명하게 되고 이야기도 풀어나가기가 한결 쉽게 됩니다. 제 시집 '정동진역'에 실려있는 <도둑놈을 잡자>라는 시도 참고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의 시작도 이런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고정관념을 벗어나 사고의 자유로움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데에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갖고 이상, 김기림, 김수영, 오규원 등 이런 시인들의 시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시가 참 재미있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소재의 이중구조

 

위에서 예를 든 이중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재의 이중구조라는 것이 있는데 이걸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즉 어떤 오브제를 갖다놓고 그 소재와 나와의 관계 둘로 보고 시를 써 나가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때 시를 끌어내는 방식이 세 가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첫째는 내가 아예 그 소재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거꾸로 그 소재가 나로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셋째는 그 소재와 내가 서로 마주보고서 떨어져 앉아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깡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 첫 번째 방법은 이렇습니다.

< 나는 엉덩이에 찌그러진 상호를 붙였지만/ 발로 차면 크게 소리를 지른다/ 밟으면 시커먼 침을 뱉을 수도 있고/ 잘 돌봐주면 난 그대 책상을 꾸미는 꽃병이 될 수도>

이런 식으로 내가 깡통이 되어 깡통의 속성을 가지고 계속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깡통>으로 붙이는 경우입니.

이때 유의할 점은 본문 내용에 절대 '깡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깡통'이란 말이 들어가면 깡통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내가 깡통이라는 환상이 갑자기 확 깨져버립니다. 이것만 잘 소화해도 현상문예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가 감각적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거꾸로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 이 깡통은 목소리가 크고/ 속에 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하루종일 거리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그리하여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깡통/ 가끔 앞집 아저씨의 발에 채여/ 아프다고 소리치는 깡통……>

이렇게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김영남>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또 반대로 '나의' 는 말이나 ''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단어를 보는 순간 환상이 확 깨져버립니다.

 

* 세 번째 방법은 지면상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첫 번째 방법에 충실한 시 한편을 소개하고 게시판 시 감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만 잘 활용해도 눈에 확 나는 좋은 시를 금세 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수박 / 윤문자

 

나는 성질이

둥글둥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허리가 없는 나는 그래도

줄무늬 비단 옷만 골라 입는다

마음속은 언제나 뜨겁고

붉은 속살은 달콤하지만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꼽을 보여주지 않는다

목말라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관능적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를 다 빼 주고도

살 속에 뼛속에 묻어 두었던

보석까지 내 놓는다

 

추천1

댓글목록

Total 233건 1 페이지
문학 강좌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38 0 11-27
2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7 3 03-24
2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35 1 09-18
2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6 1 09-18
2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4 0 04-05
2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0 1 02-03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7 1 02-11
2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4 0 02-04
2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9 1 02-16
2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2 2 03-21
2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8 1 09-18
2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0 3 03-22
2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5 2 03-23
2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5 2 02-23
2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9 1 03-25
2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1 0 03-28
2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1 1 02-05
2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2 1 02-02
2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7 1 02-17
2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7 1 02-12
2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4 1 08-27
2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7 0 07-24
2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9 1 02-18
2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5 0 03-08
2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8 1 01-12
2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2 0 01-27
2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6 0 02-15
2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8 1 09-18
2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6 0 03-14
2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2 0 01-21
2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6 0 03-09
2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6 0 03-07
2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6 0 02-01
2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0 01-26
1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4 0 03-16
1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7 0 07-06
1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8 0 03-10
1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1 0 01-28
1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6 1 09-18
1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6 1 03-15
1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1 0 03-18
1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9 1 09-18
1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7 1 09-18
1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2 0 02-25
1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3 0 01-14
1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9 0 01-18
1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2 2 07-17
1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7 0 07-09
1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8 0 01-29
1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1 1 07-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