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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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6회 작성일 20-09-12 00:08본문
나선형의 꽃
파리의 골목은 나선형으로 가늘어져가는 도로가 많았다. 폭죽을 터뜨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17세기로 사라지는 흉상들이 많았다. 파리 오페라하우스에는 빛바랜 여왕의 옷이 산다. 시취 섞인 광휘에 괴로워하는 오필리아가 익사한 채 떠내려가는 등불. 어둠 속 은은한 황금계단에 목 맨 밤의 은어떼들. 황금계단을 기어오르는 뱀들. 축구복을 입은 금발의 세이렌들. 물갈퀴와 미역 묻은 작살과 산령(山嶺)을 건너온 호른과 고호의 피가 묻은 담뱃재.
등불에 넋놓지 마세요. 중년의 프랑스 여인이 싸늘하게 말해준다. 등불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 사방 벽이 무너져내릴 거예요. 바닥도 무너져내릴 거예요. 발바닥도 사라질 거예요. 얼굴이 무너져내릴 거예요. 무덤 속으로 들어가요. 나도 한때 거기에서 살았어요. 철로가 무덤 속으로 이어졌어요. 아파요. 열쇠 끝이 물들었거나 꽃잎 끝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묻어있거나 임신한 노새의 배가 불룩하거나 세느강변이 내 얼굴 위에 구토를 하거나 날 읽어주는 사람을 외로운 계단이 햇빛 바깥으로 몰아내거나.
라라는 콜로라투라다. 몽마르트르언덕 오르막길에 뇌수를 쏟았다. 어제 각혈을 시작했다 한다. 비단 리본이 그녀의 눈썹이다. 상장(喪章)이 그녀의 집이다. 그녀는 오늘도 바람의 정상에서 새하얀 비둘기를 날린다. 파란 하늘을 깨뜨리고 날아가는 새하얀 비둘기 뱃속에 미처 소화되지 않은 작은 성당이 있다. 완성되지 않은 성당이 바람 불려가며 세상 끝에 서있다. 비너스가 양각(陽刻)된 함석 지붕이 아득히 높은 심해에 잠들어있다.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일쓰면서 매일 이런 소재가 나온다는게 놀랍습ㄴ다
라라님만 쓰지말고 내시에도 서평부탁
일년동안 우수시에 안뽑혀 진로를 모색중임
길이아니면 안가야겠죠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공감이 되면 할 말이 우러나오는 것이지,
쓰려고 해서 댓글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소녀시대님 시를 읽고 할 말이 떠오르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