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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떠난 두 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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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0회 작성일 20-09-12 11:22

본문

지옥으로 떠난 두 개의 별


1.
지옥으로 가는 나들목에 검은 박쥐
한 쌍이 산다

발정기 수컷의 혓바닥을 매수한
그들의 뇌하수체 오케스트라 화음이
셰익스피어의 후예들이 낳은
비극의 오선지 위에 사박사박
코로나바이러스를 흩뿌리는 저녁

자정을 알리는 홍제동 성당의 종소리가
인왕산의 귓가에 메아리쳐 맴돌다가
명동성당의 자정 미사 인파의 머리 정수리를
검붉게 물들이는

그때였다


2.
검은 박쥐와 인간 암컷의 통정이 후사경에
목격되었다

냉혈동물의 차가운 아랫도리가 기어이
행동을 개시한 걸까

명동성당을 나온 수녀의 뒤태를
박쥐의 충혈된 눈빛이 뒤쫓는다
을지로 광화문 통일로를 지날 때도
몰랐던 수녀는 홍제동 성당 바로 앞에서
급기야 박쥐의 미행을 눈치채고
서둘러 본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3.
다음날 자정 미사 때 말끔히 차려입은 박쥐는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의 희멀건 넓적다리는
  혹여 불감증인가요
  찬 바람 가을이 저리도 깊어가는데
  아직도 저의 털북숭이 다리는
  혐오스러운 벌레 취급
  잠시라도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주님의 귀한 종인 수녀님과 단 하룻밤만
  관계한 뒤 주님 자궁 속으로 들어   
  가겠나이다
  용서하여 주소서,,

기도가 통했는지 그날 밤 성당 지하에서
수녀와 박쥐는 운명과의 은밀한 약속을
소천과 교환했다

삼십 년간을 지켜온 원죄의 고독에서 탈출한
수녀의 핏빛 비명이 성모마리아 상의 미소를
먹빛 아픔으로 바꾸자
첨탑의 십자가 실핏줄에 범람하는
경찰 사이드카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마저도
빛바랜 할렐루야 묵상의 새벽기도 속으로
사라져가고만  것
 

4.
해가 뜨자
경찰은 아무런 외상없는 그들의 주검을
치정에 의한 동반 자살로 결론 내렸다

불신과 욕망의 사랑은 인간과 동물의
수간조차도 용인하는 지옥이라며
울부짖는 어느 무명 현대 무용수의
전위 예술처럼

지금도 달빛 해맑은 밤 홍제동 성당에 가면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죽어가는 
벌거벗은 별빛 두 개를 볼 수 있다

막달라 마리아의 처녀성을 싣고 떠난
반 고흐의 붉은 밤하늘에 꿈틀 서성이는
길잃은 목선 한 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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