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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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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9회 작성일 20-09-13 00:08

본문

시벽

           마황 이.강철



차가운 밤을 한없이 날아서 왔읍네다
산결이치고 바람결에 결을 미끄러져 왔읍네다
수돗물 낙숫물 떨구듯 흩어지는 파문과 함께 왔읍네다
책 십여 권을 독파하는 동안 쉼 없이 무언가를 낙서하는 대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지혜의 밭을 일구는 새치 몇 가닥
희망 몇 가닥의 사유로써 삶이 물처럼 흐르는 이치를 알기에
그리하여 나의 임은 떠나지 아니함을 엿들었나이다
임은 왔읍네다 화상을 입은 샛별 처럼 왔읍네다
운명을 다하여 추락하는 별똥 처럼 저에게로 왔읍네다
임은 차마 산빛과 숲빛과 가로등빛과 신호등빛과 전등빛과 가스불빛과 반딧불이빛과 수많은 빛을 깨치지 아니하고 지치지 않을 은빛머릿카락이 흩날리는 소녀의 모습으로 왔읍네다
임은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하여 떠도는 모든 영감입네다
칠흑 같은 영감과 광명 같은 영감과 부유하는 티끌 같은 영감과 허공 중에 은핫물의 유영하는 시어이며 듣는 귀를 가진 시귀이며 등등
방 안의 토양을 살찌우는 종잇장에 수 편, 수십 편, 수백 편이되나이다
임의 발바닥으로 딛기에는 집 안의 풍경이 생경하나이다
벽은 부서지고 찌그러지고 뚫리고 낙서되고 그림이 그려있고 태양과 달과 뭍별들과 함께 우주를 이루었나이다
하룻밤 사이에 수백 편의 시편에 부딪으며 참으로 정신병자
뼈 중에 뼈 사리 모든 걸 이루었나이다
임은 왔읍네다 거짓도 꾸밈도 과장도 없이 거칠 것 없이 꺼리낌 없이 벌거숭이로 임은 왔읍네다
안개자(眼開者)이니 견자(見者)라, 눈 뜬 자이니 보는 자라
우울과 권태는 하염없이 스러지는 것
우리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으뜸은 사랑입네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견자론은 아르튀르 랭보의 시론이고..
안개자론은 마황 이.강철의 시론입니다..
잘 감상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
..
추신 : 신화적인 네 편 중에서 세 번째 입니다..

Total 34,264건 1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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