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끄 (Vero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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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84회 작성일 20-09-15 00:06본문
베로니끄는 파리 어느 골목 모퉁이를 돌면 거대한
석조기둥이 그림자를 드리운 그 속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소녀였다.
나는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 바이올린의
현을 건드리던 하얀 손,
구겨진 청바지는 기억나지만,
그녀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노틀담 대성당의 그
몸서리쳐지는 지옥문 지나
낮은 담장과 경쾌한 연록빛 박나무 속을 걸어갈 때면
다른 베로니끄가 햇빛을 뒤에 끌며 지나갔다.
오르세미술관으로 가는 낡은 돌계단 위에서
임신하여 배가 남산만한 베로니끄를 만났다.
그녀는 불안해 보였으며
작은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고통인 듯 보였다.
베로니끄가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자
그녀 얼굴이 손수건 위로 쏟아졌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의
여러 빛깔 신음들의 화음.
내가 아는 베로니끄는 세느강 위에 둥둥 떠올랐다고 한다.
새하얀 천이 그녀 얼굴을 감고 있었으며,
그녀는 물결 속 영원한 것과 키스
하는 듯 감미로와 보였다고 한다.
퐁네프다리 위에서 나는
그만 목놓아울고 말았다.
나는 오늘도
그 모든 베로니끄들을 지나친다.
각각의 베로니끄들은,
다른 베로니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베로니끄는 내가 묵었던 파리 작은 아파트의
갈색으로 가라앉은 주소명이다.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넬리 시인이 시마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가 좋은 게 많은데 그중에서 "인어"에 관한 시가 재탕되고 있을 만큼 인기폭발입니다..
저 역시 내일은 인어에 대해 써서 시마을 창작의향기방에 올릴 예정입니다..
영감을 떠오르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ㅎㅎㅎㅎㅎㅎ..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이십니다.
여기 올라오는 시들 중에 좋은 시들이 참 많은 걸요.
인어에 대한 시는 여기 있는 실제 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만,
아마 자신이 이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줄은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grail217님의 댓글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시 읽어 보고 누구일까 유추해봐야 하겠네요??
ㅎㅎㅎ..
아참..
저와 관련된 시면 어쩌나 놀랐는데..
아닌 것 같아서 좋아용 ㅋ..
그런데 여자와 남자를 바꿔서 표현한 것은 아니겠죠??
사실 제가 이곳에서 시를 쓰는 것을 과거에 좋아했던 여자가 알거든요..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여자인데 MBC작가를 하고 있어용..
제가 미치도록 좋아했었죠..
지금은 마음을 접었지만.
ㅋㅋ..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베로니끄와 인어가 남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