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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의 가을 운동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0회 작성일 20-09-21 09:09

본문

2020의 가을 운동회 / 백록


 
학교 종이 땡땡땡 울리던 운동장은
어느덧 맹탕의 소리
텅텅텅으로 메아리친다
청군 백군의 함성은 온데간데없고
간간이 잿빛 기운들만 침묵의 소묘처럼 흐른다
 
이제나저제나 이맘때쯤이면
하늘은 높고 푸른데
동네 감들도 어김없이 무르익어갈 텐데
왁자지껄하던 아이들 표정은
텅 빈 아우성으로 비치고
너른 운동장을 가득 메운 건
보이지 않는 적군들뿐
수상한 그 정체는
청군도 백군도 아닌
코로나군이다
 
마침, 운동장을 엿보던 늙은 어린이
홀로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쉰 목청 한껏 삼키며
 
이겨라! 이겨라!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겨라! 이겨라!"

오늘 오후
시집 《나로도에서》
일반우편으로 접수하고
쪽지로 알래드리겠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쪽지로는 우편 영수증 첨부가 안 되어
메일로 보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서
다음 주 월요일 사이에 우편함 살펴보세요.
시집 《나로도에서》 사인본 한 권!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수증은 또 왜?
감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참말로 복잡하고만...
대신 요걸로...


벌 / 김태운


벌통에 모인 벌들 벌벌거린다
암컷들은 매사 냄새를 피우며 수다를 떨고 
수컷들은 틈만 나면 서로 치고 박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왕은 늘 그들을 거느린 거드름의 위세고
그 수하들은 온통 충성의 몸부림이다
타고난 게 죄다 업이라는 듯
굴종의 돼지처럼 꿀꿀거린다

한편, 도스토옙스키는 소설에서 죄와 벌을 의식했겠지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막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오로지 그는 공포와 다른 인간들로부터
끔찍한 격리를 느꼈을 뿐
어쩜, 지독한 고독이랄까

혹, 저 구속 같은 사각
육면체의 벌통
저기 벌떼처럼 벌벌 떨었을까
아님, 어디에도 끼지 못해
훌훌 날지 못해 쩔쩔매는
고된 삶을 닮았을까
수펄도 암펄도 아닌
지금의 나와 같은
중성中性이거나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보냈으니
잘 받으시길 바라는
그저 순수한 마음!

벌받아야 하나요?
달게 받겠습니다.
아, 꿀벌이었군요.
다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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