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Mont-Saint-Michel)에서 > 창작시의 향기

몽생미셸(Mont-Saint-Michel)에서 

파도가 섬 하나를 막았습니다. 

텅 빈 분교에서 

바다 위에 길 하나 드러나길 기다립니다. 

햇빛으로 지붕을 엮은 그대 집입니다. 불타는 천장입니다.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면 

시리도록 푸른 칼날이 내 망막 위에 박힙니다. 

창에 찔린 바다 옆구리로 내장이 흘러내립니다. 

인어 하나가 나보다 먼저,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피안을 향해 헤엄쳐 갑니다.  

성(城) 하나가 허공 중에 떠있다고 합니다. 

상록수 한 그루가 내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청록빛 몸을 몹시 떨었습니다. 

황홀한 가시가 

내 손톱 밑에 박혔습니다. 

어제 난 화재로 노틀담 대성당 함석 지붕이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황금빛 술을 각혈해내는 도개교 위에서 

중세시대 바위가 차곡차곡 쌓인 

뜨거운 꿈을 꾸겠습니다.

그대 차가운 맨발을

내 꿈으로 씻겠습니다. 

파란 말미잘

땅바닥에 깔리는, 

팽팽히 당겨지는 

까만 쇠사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