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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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3회 작성일 20-09-24 10:09본문
항상 병아리들이 바글거리는 횡단보도를 지나 학교 담장 아래로 걸어가면 높은 담장을 훌쩍 넘어서는 편백나무 한 그루가 있다.
달구어진 시멘트 바닥에 쨍쨍한 햇빛이 여지저기 깨지는 동안에도 청록빛 녹음을 지표면 아래까지 느리운다. 황홀한 채색판화가 담에서 담으로 이동한다.
학교 담장에는 매일 나이테가 하나 더 생긴다. 나는 칼로 학교 담장으로부터 꿈틀거리는 음표들을 파냈다. 나선형 그림자가 내 머리 위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소리. 노랗게 꼬물거리는 불협화음들. 새싹처럼 돋아나는 발톱으로 아무거나 막 붙잡으려 한다.
파란 하늘이 예까지 닿는다면, 남해 차가운 수면 위로 고개 내밀고 떠있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널찍한 잎이 투명한 것에 침식되어가는 소리.
멀리서 플루트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편백나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거를기억하고 추억하느게 인생 아닐까요
결국엔 다 지워지겠지만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내 조부모님 산소에 편백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래서 편백나무는 삶-죽음같은 것을 연상시키더군요.
여기서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보면 학교 담장에 놀랍도록 큰 편백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마치 신목같은.
그 아래로 초등학생들이 줄줄이 걸어 학교에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